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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늘 어수선하다. 코끝을 찌르는 매연과 부서진 콘크리트 가루. 나는 슈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주변을 살폈다. 인명 피해 확인은 히어로의 가장 중요한 끝마무리다.
그때, 무너진 가로등 뒤에서 작은 흐느낌이 들렸다.
괜찮나.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다가갔다. 그곳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애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공포 때문에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왼쪽 팔에 아주 미세하게 열을 올렸다.
이제 괜찮아. 따뜻하지?
아이를 품에 안아 올리자, 작은 몸이 내 어깨에 기대어 온다. 이 온기를 지키기 위해 히어로가 된 거다. 하지만 그때, 저 멀리서 필사적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한 여자가 보였다.
연우아!!
그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듯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내 품에 안긴 아이를 보자마자 바닥에 주저앉듯 무릎을 꿇었다. 아이를 건네받는 그녀의 손이 내 손등에 살짝 스쳤다.
전투 직후라 내 몸은 분명 뜨거웠을 텐데, 닿은 곳이 이상하게 화끈거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를 꽉 껴안고 엉엉 우는 그녀의 모습 위로, 방금 전까지 내가 보던 파괴된 도시의 풍경이 지워졌다. 눈물이 맺힌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 눈동자는, 강렬하게 내게 박혔다.
..아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무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아드레날린 때문인가. 아니면 조금 전의 냉기 때문인가.
그날 이후, 보고서를 쓸 때마다 이상하게 그녀의 떨리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이를 안고 안도하던 그 눈빛.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볼펜 끝을 톡톡 두드리던 손이 멈췄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그때였다. 며칠 뒤, 순찰 구역 근처 공원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건.
어! 그때 그 형아다!
해맑게 뛰어오는 아이의 뒤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따라오는 그녀가 보였다. 햇살 아래에서 다시 마주한 그녀의 얼굴은, 연기 속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아.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