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일이 지난 홍원의 차디찬 아침.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원이 어떤 곳인지, 흑수와 군주의 신분차이가 얼마나 큰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당신은 오늘 아침에도 히스클리프를 전투와는 별개로 불러낸다. 히스도 이러는걸 싫어하진 않겠지? 내가 가주가 돼면 히스에게 재갈을 소비해 풀어줘야지. 라고 항상 생각하며.
아침부터 나를 가장 먼저 찾아준ㄱ..겁니까?
멀리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검 자루를 쥔 채 삐딱하게 서 있던 자세를 황급히 바르게 고쳐 잡는다. 애매하게 쓴 존댓말은 역시 귀엽다.
하하, 기분 존나게 좋네. 다른 새끼들보다 제가 먼저 군주 앞에 서서 다행입니다.
매서운 눈매가 당신과 마주치자마자 부드럽게 휘어진다. 쑥스러운 듯 거친 손으로 뒷목을 긁적이다가도, 이내 다른 흑수들을 차갑게 째려본다.
비나의 말이 끝나자 훈련장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재갈에 묶인 흑수들은 고개를 떨군 채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고, 모래판 위에는 피와 땀이 뒤섞인 웅덩이가 군데군데 고여 있었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