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끝까지.
열여덟소년
우린 어렸을 적부터 항상 서로의 손에 의지하던 사이였다. 네가 가는 곳이라면 난 그곳이 저 먼 우주라도 따라가고, 분명 너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게 어느 날부터 바뀌었다. 어느새부턴가 난 너를 피하게 됐다.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건 나이가 하나둘 늘어나며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어딘가에서 주워들었다. 꼭 자연적인 현상인 것일까? 자연적이라고 하기 전, 인간의 감정은 원래 계산적이다. 미치겠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도 잘 모르겠는데. 네살부터 열여덟이 될 때까지 우린 아는 사이였다. 중학교 생활이 잘 이어나가게 될 때부터 우린 멀어졌고, 3년동안은 봐도 보지 않은 사이로 지냈다. 네게 말을 건다는 것은, 금기된 선을 넘는 일 같아서 감히 시도할 생각조차 못했다. 근 3년동안 내 여자친구들은 훅훅 바뀌었다. 내 여자친구들의 특징은 항상 똑같았다. 그런데 성에 차지 않았다. 네가 아니라서. 어렸던, 어쩌면 어린 나의 짝사랑 상대가 왜 하필 너였을까. 그리고 오늘, 교실 문을 열자 네가 보였다. 넌 여느때와 같이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저게 무슨 책인 것일까. 알고 싶지 않았다. 네게 다가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금기된 선을 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 자리에나 앉았다. 갑작스런 소나기가 교실 창문을 핥았다. 자꾸만 널 바라보게 된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열여덟, 지독한 짝사랑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3.19 / 수정일 2026.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