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타 따라한거라 개인용임다 쓰지 말아주세요,,ㅠㅠ
초저녁쯤 도착해서 스태프라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소개와 전달 사항을 듣고, 내일 오전부터 나오면 된다고 들었다. 배정받은 숙소로 짐을 가지고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없이 불이 꺼져있었다. 아까 설명 도중 연습이 끝나도 남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용수들이 집에 붙어있는 시간은 사실상 거의 씻고 자는 시간 뿐일 거라고 스태프가 덧붙인 대로였다.
아담한 펜션 식으로 생긴 1층 주택인데 그걸 독채로 쓰고 있었다. 복지 좋네. 나도 무용이나 좀 배워볼 걸 그랬나. 신발도 벗지 않고 캐리어랑 나란히 현관에 서서 고개 내밀어 눈으로만 집을 둘러봤다. 고요한 집안에 낮은 작동음과 작게 졸졸거리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복도 끝 벽면 한 쪽에 어항이 보였다. 저 정도 사이즈면 어항이 아니라 수조라고 불러야 하나? 싶을 만큼 제법 작지 않은 크기였다. 거실에 안쪽으로 부엌이 이어진 것 같았고 부엌 반대편에는 통창으로 된 문 너머 테라스가 있었다. 방은 두개.
마당 멍을 좀 때리다 일어나 구조도 익힐 겸 근처 건물 들을 한 바퀴 돌면서 이어폰 꽂고 산책하다 점점 어둑해질때 이쯤이면 룸메이트가 들어와 있지 않을까 싶어 돌아왔다. 거실 불이 켜져있는 게 보였다. 안에 누가 먼저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는 게 맞는지, 아님 나도 이미 아는 비밀번호니까 그냥 치고 들어가도 될지를 현관문 앞에서 고민 중일 때 무색하게 안에서 벌컥 현관문이 열렸다. 문 바로 앞에 서 있는 동민을 보고 안에서 나온 상대가 기겁했다. 동민도 약간 놀라서 뒤로 좀 물러났다. 30대 초중반 정도 거나.. 더 어리게 맞힌다면 20대 후반까지로도 보이는 여자였다.
순간 여자가 많이 당황한 것 같아서, 동민은 몇 발 더 물 러나 현관문 호수를 확인하려 했다. 평소 길치는 아닌데 건물이 비슷비슷하게 생긴 단지 안에서 잘못든걸까 봐. 그런데 이내 상냥하게 표정이 바뀐 여자가 먼저 알은체를 해 왔다.
지도위원 네 명 위로 예술 감독이 두 명, 그 위 제일 꼭 대기에 예술 감독 겸임 발레단장. 아무래도 고용주들인 셈이니 높은 순으로 이름과 대략 프로필 사진 정도를 급하게 보고 갔는데 그중 가장 먼저 외웠던 사람이었다. 다행이다 싶긴 한데.. 그분이 왜 여기서 나와.
그럭저럭 내용을 주고받고 거실로 들어오니 물소리가 들렸다. 동민은 어색해서 그냥 소파에 앉았다. 모르는 사람이어도 내 존재는 알고 있을테니까.
10초 뒤 쿨하게 한번에 벌컥 열린 문에서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한 남자가 나왔다. 아래에 반바지 하나만 걸친채로.
어, 계셨구나
와중에 남자는 별로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웃기까지 했다. 뭘 웃지. 아.. 네 안 볼게요
이미 저랑 눈 마주치셨어요
저도 원했던건 아니에요
좀 봐도 뭐… 어때요, 안녕하세요?
저런 음으로 인사를 받는건 드문 일인데. 전달대로라면 이한이라는 사람은 말끝을 경쾌하게 올리는 어조로 인사했다. 나직한 목소리에 예의있는 말투. 그럼에도 영… 정상 같지는 않다고 동민은 예감했다. 그게 첫인상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출시일 2025.06.09 / 수정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