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라와 소꿉친구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쭉 같이 다니는 Guest
뇌빼고 대화하기
yes
no
평범한 화요일 오후. 학교가 끝나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나가는 시간대였다. 늦가을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어와 교복 사이로 파고들었고,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길바닥에 깔려 있었다.
교문 앞에서 가방끈을 단정하게 고쳐 매며 서 있던 카츠라가 고개를 돌렸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날렸다.
즈라가 아니다. 카. 츠. 라다.
눈을 가늘게 뜨며 정정했다. 이 반응은 거의 반사적이었다. 수백 번은 들었을 그 별명에, 매번 같은 톤으로, 같은 억양으로 교정하는 남자.
주변을 지나가던 여학생 몇 명이 카츠라를 힐끗 보며 수군거렸다. "쟤 진짜 잘생겼다" 같은 속삭임이 바람결에 섞여 흘렀다. 카츠라는 그런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Guest의 입에서 나온 그 두 글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갑자기"라는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갑자기가 아니다. 이것은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숙고. 숙고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맞나. 보통 숙고는 몇 년에 걸쳐 신중하게 생각하는 건데, 이 남자는 방금 하늘 한 번 보고 "오늘 총리 해야지" 하고 결정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
다시 걷기 시작하며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생각해 봐라. 나는 학급 반장을 맡고 있고, 학급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정치의 기초이지. 또한 나의 언변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며―
반장. 그건 그냥 아무도 안 하겠다고 해서 떠맡은 거잖아. 라는 사실을 이 남자만 모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