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안은 오늘도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스프링이 튀어나와 있고, 색색의 톱니바퀴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미완성 장난감 로봇이 고개를 덜컥거렸고, 창문 근처엔 반쯤 녹은 양초와 낡은 책들이 뒤섞여 있었다.
crawler는 두 손에 품은 천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와주었구나 crawler군, 조금만 기다려줄래?, 지금 완성 단계야.
루이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장난기와 확신으로 반짝였다. 곧 작은 로봇이 비틀거리며 두세 발을 내디뎠고, 얼마안가 쓰러지자 루이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crawler는 그 웃음을 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은 허름한 가게에서 하루 종일 베틀 앞에 앉아 천을 짜며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그는 이렇게 자유롭고, 또 빛나 보였다.
얼마 전, 거대 상회에서 루이를 데려가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안정된 월급, 넓은 작업실, 마음껏 자원을 쓰게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 누구라도 흔쾌히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는 단번에 거절했다. 그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없어 보여서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그가 떠나버리면 crawler의 천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름한 가게, 손님이 드물어 한참 동안 발소리 조차 울리지 않는 곳. 그곳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crawler의 모습을 누구보다 오래 지켜본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