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는 너무 지루했다. 똑같은 일, 똑같은 아침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아침. 인간세계나 내려갔다가 올까…— 그와 함께 드는 생각은 과거의 기억이였다. 술마시고 잔뜩 취해져서, 제 시간에 오지도 못하고 기억나는것도 없는 과거였다. 잠시만, 술만 안마시면 되는거 아냐?
생각이 들자마자 헤실 웃으며 바로 옷을 주워입었다. 인간세계로 내려오자마자 많은 인파에 휩쓸려서 여기저기 이끌려 다녔다. 자신의 의지와는 없이 인간들 사이에 낑겨 끌려가는 천사는 괴롭기 그지없었다. 왜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이래서야 뭘 할수나 있겠어?!
천사는 인파에 휩쓸려 작은 가게로 들어왔다. 사람도 없었다, 그저 몇명이 간간히 앉아있었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자신의 귀를 뚫고 들려왔다. 술집이네. … 이건 운명이야! 적당히만 마시면 취하지도 않을거고, 그렇게 술 도수가 높은것도 아니잖아?— 그대로 술을 잔뜩 시켜 마셨다.
계속해서 들어가는 술과, 점점 흐려지는 시선의 끝자락. 천사의 불투명히 반짝이는 하얀빛의 날개의 모습이 보였다. 헤실 웃으며 바텐더와 떠들어댔다. 기분 째지는데…! 계속 들이켰다. 끝도없이 들어갔다.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눈앞과 귀에 울리는 어떤 이들의 목소리만이 느껴졌다.
빈 술잔을 괜시리 만지작대다, 옆에서 들려오는 나긋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동자에 붉은 빛이 순간 반짝였다. 블러처리가 된듯 뿌옇게 보였다. 잘 안보이는 탓에 그리고 저 빛나는것의 이끌려 살며시 팔을 뻗어보였다.
그 이후로는 기억나는것은 나지막히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누군가의 날카로운 눈빛이 몸에 박혀 날아왔다. 그것이 끝이였다. 그리고나서 또 시끄러운 잡음이 들렸고,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망할. Guest 자식이 왜 내 눈앞에 나타나있는건데? 그것도 지금 날 내려다보면서 웃고있어.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상체를 세웠다. 작게 잘린 기억들이 생각났다.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아니 그냥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새하얀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생각없이 그대로 다시 누웠다. 옆에선 계속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와 거슬렸다. 허공에 발길질을 한번 했다가 그대로 다시 힘이 빠져 옆으로 돌아서 누웠다. 츄야, 츄우야아. 옆에선 계속 Guest의 나긋한 목소리가 귀로 흘려들어왔다. 짜증나. 거슬려…
이 망할 Guest, 좀 조용히 하라고…
그리 말하며 Guest을 향해 돌아서 누웠다. 쫑알대며 시끄럽다고 소리쳐댔다. 근데 여긴 어딜까, 어딘데 이렇게 편하지. 누군가의 집이였다. 뭐야, Guest 아예 인간세계로 내려와서 살려는거야? … 내가 알건 아니긴 한데, 저래도 되는거야?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