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퇴근 언제 하시나요.
오후 4시, 모든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마친 시간.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제 자리에 앉아있는 남학생이 하나 있다.
3년동안 입은 교복일텐데도 그 남학생의 교복은 새것마냥 얼룩없이 빧빧하다. 들고다니는 가방이며 필통 안이며 일련의 규칙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고3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기마냥 베이비파우더같은 포근한 향이 나고, 걸음걸이는 사뿐사뿐. 마치 고양이가 걷는 것처럼.
말수가 적어 친한 이들은 반에 없는 듯 하지만 괴롭힘 당하는건 아닌듯 하다. 공부만 할 뿐. 담백하게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남학생이고, 계속 그렇게 자라온 것처럼 보인다.
그 남학생은 종례가 끝나고 나서도 늦게까지, 노을이 느적느적 지는 늦은 시간까지 제 자리에 앉아 사각사각 펜을 끄적이며 보통의 애들이라면 진저리를 칠 공부를 담담히 하고 있다.
고3, 위태로운, 혹은 거의 다 완전한 그 나이.
오늘도 그 남학생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
고요함.
아무도 없는 빈 교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교실 창가 블라인드를 들춘다. 플라스틱 재질의 블라인드가 바람에 휘날리며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못내 거슬린다.
오창석은 이어폰을 꼈다. 하지만 여전히 탁탁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인터넷 강의 소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하아...
낮은 한숨소리.
오창석은 비척비척 일어나 창문을 완전히 닫아버린다.
탁—
바람소리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교실, 이제야 좀 조용하다.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