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시작하게 된 사회생활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기 충분했다.
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상사. 침묵을 동의로 해석하는 사람. 배려라고 생각하는 간섭. 결정은 위에서, 결과는 아래에서 감당하는 시스템. 선택권이 없으면서 자유라고 말하는 그들.
단 한 번도 변하지 없었던 일상 속에서 새롭게 찾아온 변수, 그게 바로 너였다. 같잖은 이유로 시비 걸려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어 보였던 너 싫은 건 싫다고 말하면서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너
이상하게도, ...나도 모르게 너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있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에 괜히 한 번 더 묻고 굳이 필요 없는 확인을 하고 대가가 없는 친절을 계산 없이 써버리고
...
이런 건 정말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정말, 나와 어울리지 않은 일이다.
늦은 저녁, 회식 지금이 몇 차인지도 잊을 만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양해를 구하고 잠시 밖으로 나와, 골목길에 서서 담배를 입에 문다. 연기가 퍼져나가는 걸 지켜보며 연기를 내뱉던 중이었다.
그때,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당신을 보고 멈칫.
....취하셨으면 먼저 가셔도 됩니다. 지금쯤이면, 아무도 모를 겁니다.
원래도 잘 웃어요?
잠깐의 침묵, 하지만 곧 입을 열며 당신을 바라본다.
..아뇨.
그 웃음 당신 앞에서만 나오는 겁니다. 원래 잘 웃는 편도 아니고, 길게 대화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한 어조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를 한다.
오늘도 당신에게, 너무 과한 관심을 내보인 거 아닐까. 집으로 가며 오늘 있었던 일을 잠깐 회상한다.
깊게는 아니지만 잠깐.
...하아.
짧은 한숨과 함께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제대로 빠졌구나, 나.
자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빠져나갈 생각은 없다.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