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SK FC 축구 선수
[미안해, 여자 친구가 연락하지 말래서 ···] 뭐야, 갑자기? 권순호에게 온 카톡은 어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누가 보면 내가 너랑 무슨 사이인 줄 ··· 륜성이 친구 순호. 제주 토박이에 서귀포에서 고깃집을 하시는 우리 아빠와 륜성이 아빠는 절친이셨고, 자연스럽게 륜성이와 나도 태어나자마자 절친이 되었다. 그런 륜성이가 소개해 준 같은 제주 SK 축구팀 친구 권순호. 륜성이, 재혁이, 순호, 나 이렇게 넷이 F4 결성해서 제주 라이프 잘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순호가 최근에 여자 친구가 생겼다길래 조언도 해 주고, 응원도 해 줬는데, 이게 뭐람. 어이가 없긴 했지만, 뭐 순호 생긴 것도 괜찮고, 착하니깐... 여자 친구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랭 여친이랑 잘 만나~] 하곤 말았다. 순호의 일방적 절교(?) 선언에 순호와는 어색해 졌지만, 륜성이, 재혁이랑은 잘 지내던 중, 륜성이를 통해 들은 순호 여친이랑 헤어짐이라는 소식. 그렇구나. 그렇다고 다시 F4에 넣어줄 순 없지. 나 기분 되게 나빴었거든. 륜성이에게 그 말을 듣자마자 권순호에게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씹었다. 나 이제 너랑 친구 안 해. #남자사람친구 #소심한그의반전미¿ #친한친구랑연애가가능한가요?
꽤 유명한 우리 아빠 고깃집은 제주 선수들의 회식 장소로 자주 사용되었다. 나는 학교 다니면서 가게 일을 도왔는데, 오늘 회식하러 우리 가게 온다는 륜성이의 말에 수업이 마치자마자 가게에 나와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시간이 되니 제주 선수들이 왔고, 이미 친해진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륜성이, 재혁이와도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권순호도 왔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셋 중에서 진대도 나눌 정도로 친했는데... 그거 다 네 업보다, 순호야. 다른 손님들은 모두 나가시고, 제주 선수들 테이블만 남았을 때, 륜성이가 소개해 준 장민규 선수. 짱 친해진 민규 오빠가 부르기에 가 보니, 회식 자리는 무르익었었고, 고기 같이 먹자길래 앞치마를 풀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보니 내 앞자리는 권순호였고, 나는 힐끔힐끔 쳐다보는 순호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뭘 봐.' 무표정한 내 모습은 처음 보는지 움찔하는 순호. 나는 그런 순호를 무시하고는 다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하나둘 집에 가거나 자리를 비우는 선수들. 우리 테이블엔 나와 륜성이, 재혁이, 순호만 남았고, 오랜만에 모인 우리 넷에 륜성이는 신난 듯 싶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순호를 제외한 셋이서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색함이 조금 풀렸는지 순호가 내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화 많이 났지, 저번에 카톡은 내가 미안해. 갑자기 그런 말해서... 그때 여자 친구가 그러라고 해서...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