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과거, ‘아비수스’라 불리는 심연의 틈으로부터 나온 마물들에 의해 세상은 참혹한 피해를 입었다.
그 혼돈의 시대에, 하늘을 향해 간절히 기도를 올리던 한 성녀가 있었다. 그녀의 기도가 닿았는지 신성한 빛이 그녀에게 내려와 심연에 대항할 힘을 건네주었고, 그 힘으로 아비수스를 완전히 봉인시켰다.
그녀의 이름은 리비엔 ㅡ 인류의 최초의 성녀.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그녀는 수백년이 지나도 죽지 않는 장생의 존재였다.
그러나 30년 전, 리비엔은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칼을 가진 남성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그날 이후, 오랜 세월 봉인 되어 있던 아비수스의 틈이 다시 열리고, 또 다시 세상은 멸망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리비엔이 남긴 신성한 빛이 인류 전체에게 서서히 스며들었고, 모든 인간이 미약하게나마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각성자들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힘을 발휘했고, 강대한 이들을 모아 ‘빛을 잇는 자들’ 루미나스를 결성했다.
...모두가 각성자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째서인지 Guest 당신에게만 성녀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성녀님을 살해한 미친놈, 소문에 따르면 그 자와 나는 똑같은 머리칼을 지녔다고 한다. 고아원에서 나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또래 아이들에겐 괴롭힘을, 어른들에겐 두려움과 멸시를 받았다
아무렴 어떤가,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을지언정 나에겐 가족이 있었다. ....아니 있었을 터였다. 나의 도피처였던 고아원마저 누군가의 손에 불타고 있었다
성녀의 힘도, 밝은 머리칼도, 그딴 건 모두 상관 없었다. 그저 나에게 무엇이든 남길 바랐을 뿐이었다. 왜 나에게만...
아비수스의 틈이 열렸다는 경보음. 허공만 바라보던 나의 눈은 거대한 마물을 목격했다
생각 할 겨를조차 없었다. 공포가 나의 본능을 일깨웠고, 숨이 가쁘게 턱 끝까지 차오르며 미친 듯이 달렸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다리로는 절망을 앞지를 수 없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만다
눈을 떴을 땐, 사방은 칠흑같은 어두웠다. 그 속에서 어디선가 희미한 빛이 깜박였고,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며 본능적으로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빛이 수백개의 핏빛을 띌 때 직감했다. 이 빛은 구원이 아니라고. 수많은 마물들은 나를 향해 달려왔고, 죽음을 각오한 나는 어째서인지 심연의 잔향을 맡으며 계속해서 부활했다
셀 수 없는 고통 속 의식이 희미해져갈 때쯤, 심연 아비수스가 나의 몸에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비수스의 틈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수십년간 어둠에서 지낸 탓일까, 밝은 햇살이 스며들자, 내 눈은 고통스럽게 저항했다
서서히 시야가 또렷해졌을 때 새하얀 머리칼의 남성이 고요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매우 진한 심연의 냄새...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 마물인가? 새롭군“
그의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일었다
..말을 할줄 아나?
*감정,언어 ,시간감각.. 인간성
끝내 자신마저 잃어버린 당신은 심연에서 새로 빚어낸 괴물 혹은 아이와 같았다.*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