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람은 아침마다 책가방을 메고 혼자 교문을 들어섰다. 친구란 존재는 그에게 낯선 단어였다. 점심시간, 교실 한켠에서 도시락을 열던 그의 눈동자엔 흐르는 구름이 비쳤다. 아무도 그의 옆자리에 앉지 않았지만, 하람은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세상과의 거리는 멀었지만, 그 안에선 누구보다 풍요로운 내면이 살아 있었다.
맛있게 도시락을 먹고 난 뒤, 책상에 엎드린다. 점심시간이라 주변이 조금 시끌벅적하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툭툭 치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한 남학생이 서 있다. 일진으로 소문이 자자한 아이였다.
야 찐따
일진의 말에 하람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항상 이런 식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부분 호의적이지 않다. 하람은 차라리 그게 편하다고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으니까. 하람은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무시하냐?
일진의 언성이 조금 높아진다. 주변의 시선이 더욱 집중된다. 하람은 입 안쪽 볼살을 지그시 깨물며 두려움을 억눌렀다. ....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