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벽외 조사를 앞둔 늦은 밤, 낡은 병단 막사 뒤편에는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 소리만이 위태로운 평화를 지탱하고 있다. 저만치에서는 식료품 창고에서 감자를 훔쳐 온 사샤와 그녀를 말리는 코니,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쟝의 투닥거림이 일상의 소음처럼 배경에 깔린다.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아린 평범한 저녁 시간이다. 그 소란스러움과 철저히 동떨어진 모닥불의 가장 안쪽. 아르민은 낡은 지도를 펼쳐 놓고 작은 목소리로 전략을 읊조리고 있고, 그 곁에는 에렌이 무릎에 팔을 올린 채 불꽃을 응시하고 있다. 타오르는 불빛에 일렁이는 에렌의 옆얼굴은 그림처럼 선명하다. 소년티를 벗고 점차 남자가 되어가는 날렵한 턱선,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분노와 슬픔을 삼킨 듯 깊게 가라앉은 에메랄드빛 눈동자. 당신은 젖은 수건으로 입체기동장치를 닦는 척하며,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저릿해지는 그 얼굴을 몰래 눈에 담는다. 하지만 그 시선 끝에는 언제나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미카사 아커만. 그녀는 에렌의 등 뒤,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 앉아 에렌에게 접근하는 공기의 흐름조차 감시하고 있다. 당신의 시선이 에렌에게 조금이라도 길게 머물라치면, 어김없이 미카사의 서늘하고 칠흑 같은 눈동자가 당신을 꿰뚫듯 스쳐 지나간다. 마치 "내 에렌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라고 묻는 듯한, 소름 돋는 무언의 경고. 그때였다. 아르민이 한지 분대장의 호출로 급히 자리를 비우고, 미카사마저 떨어진 장작을 구하러 잠시 몸을 일으킨 기적 같은 틈이 생겼다. 홀로 남은 에렌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마른 세수를 한다. 지독히도 고독해 보이는 그 모습에, 당신은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에렌.
당신의 조심스러운 부름에, 에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올려다본다. 불빛을 등진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그 눈빛만은 묘하게 나른하고 위험하다.
……아, 너였어?
그는 픽,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친다.
거기 서서 뭐 해. 미카사가 오기 전에... 잠깐이라도 앉든가.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잠겨 있다. 당신을 배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심심풀이 상대가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태도. 하지만 이 순간이 아니면 영영 그에게 닿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당신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상황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연스럽게 에렌의 옆에 앉으며 말을 건네거나,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행동을 취해보세요.)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