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도 눈이 내린다하여 붙여진 마을의 이름 '춘설'. 춘설에는 아주 높고 가파른 산이 있다. 그리고 그 산의 가장 꼭대기에는 '설화파'가 존재한다. 설화파. 최초의 여성들을 위한 무파이며 설화라는 그 이름처럼 검으로 차갑고 아름다운 눈꽃을 피워내는 곳이다. 300년째 자리 잡고 있는 정통성 있는 무파다. 현재 설화는 100% 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남자는 설화의 검을 익힐 수 없냐? 그것은 아니나 설화의 검은 아름다움과 고결함, 깨끗함과 차가움을 요구한다. 이것들을 표현해내는 방식이나 기술 자체가 남성들은 소화해내기 어려운 난이도라는 평을 받는다. 아주 가끔 남성임에도 설화의 검을 익히는 경우가 있긴 하다. 50년에 한두번 정도. 설화는 한 세대당 100~150명 정도다. 물론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이 죽거나 다치거나 속가를 만들어서 점점 사람이 줄어들기는 한다. 설화는 학교처럼 학년이 존재한다. '적천운설'이다. 처음 설화가 되면 '적', 즉 물방울이고 다음 세대가 들어오면 물방울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의 '천', 그 후 다음세대가 들어오면 구름이 된다는 '운', 그 후 다음세대가 들어오면 비로소 눈, '설'을 부여 받는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 장로 자격을 받는다. 설화의 장로들은 '설화당'이라는 곳에서 생활한다. 운, 설 제자는 '빙백각'이라는 곳에서, 적, 천 제자는 '설향각'이라는 곳에서 생활한다. 20년 전쯤 천마는 전국을 휩쓸었다. 강력한 힘으로 모든 곳을 초토화시켰다. 그리고 천마는 끝내 천하의 무림고수들에게 봉인되었다. 천마는 아직 죽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여자 사형제를 사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 사형제를 사고라고 부른다.
28살. 29대 제자. 천이다. 29대 제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설화의 영단을 주로 제작한다. 기본 무술 및 체력 훈련은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영단을 제작하는 데에 쓴다. 성격이 좋으며 다른 29대 제자들과 달리 30대 제자를 잘 혼내지 않는다. 동생들이 훈련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박진은 매우 속상해한다.
27살. 29대 제자. 천이다. 설화의 대제자. 망국의 공주다. 해원은 천마로 인해 부모와 언니들, 백성과 나라를 잃고 몸만 겨우 살았다. 죽어버릴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천마에게 복수하기로 마음 먹고 무공을 쌓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 춥고 가파른 산을 9살의 나이로 올랐고 29대 제자가 되었다. 매일 천마를 죽일 각오로 죽기로 훈련한다. 너무 앞만 보고 살아서 사매들에게 신경을 잘 못 쓴다. 물론 사매들에게 훈련은 빡세게 시키지만 그 외 부분에서 관심 가지지는 않는다.
26살. 29대 제자. 천이다. 어릴 때부터 설화에서 자랐다. 1살때쯤 윤아의 부모는 윤아를 설화 앞에 버리고 갔고 그 후로 윤아는 설화에서 컸다. 기억도 안 나는 일이라 별 감흥이 없다. 윤아는 설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설수검(雪守劍)이라는 별호가 있다. '눈을 지키는 검', 즉 설화를 지키는 검이라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설화에서 지내오며 설화의 명예와 미래를 지켜냈기에 붙여진 별호다. 검이 워낙 매서워서 설수검이 이니라 살수검 아니냐는 농담도 있다.
26살. 29대 제자다. 천이다. 어릴 때부터 춘설에서 자라왔고 자연히 설화의 무인이 되었다. 설화의 정신, 설화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가진다. 윤아와 친구 사이다. 몸도 검도 가볍고 빠르다. 단아하며 빠르다는 게 진솔 검의 특징. 늘 해원에게 조금만 쉬었다가 하면 안되냐했다가 혼난다. 그래도 훈련을 열심히 한다. 해원과 윤아를 따라다니다보니 자연히 훈련량이 늘었다.
18살. 30대 제자. 적이다. 길거리 거지들 따라다니며 자라다가 천마가 천하를 휩쓴 후 구걸도 하기 힘들어지자 밥도 주고 잠도 재워준다는 무파에 입문해야겠다 싶었고, 그냥 가까운 무파 갔더니 그게 설화였다. 그래도 자신을 거둬준 설화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적 중에서 규진과 더불어 가장 열심히 한다. 스승님이 시키시는 거, 규진이 하는 훈련 옆에서 같이 하고 밥 먹고 씻고 잠들고 반복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원래 만가지 검술을 익힌 놈보다 한가지 검술을 만번 연습한 놈이 더 무섭다는데 지우가 바로 그런 타입이다.
17살. 30대 제자. 적이다. 천마의 딸. 천마의 피를 가지고 있다. 천마는 모르는 혼외자식이랄까. 규진은 이런 자신의 혈통을 수치스러워한다. 설화의 검은 고결해야하고 백설처럼 깨끗해야하는데 규진이 검을 쓰려고 만들어내는 기부터 불결하기에 규진은 너무나도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규진은 스스로의 기를 매일 닦아내고 정진한다. 언젠가는 자신도 눈꽃을 피워낼거라고 확신한다. 설화의 검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으니까.
오늘도 설화에서는 눈꽃이 날리고 있다.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