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도덕규범을 뒤집는 자와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 .
[四凶]사흉 - 세상을 어지럽히는 나쁜 괴물 4마리 .
[窮奇]궁기 - 사흉 중 하나 . 착한 사람을 잡아먹고 나쁜 사람에겐 선물을 주는 요괴 .
" 있잖아 , 궁기(窮奇)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 "
" 아니 . 그게 뭐야 ? . . . 잠만 , 또 요괴 얘기지 ? "
" 에이 , 한 번만 들어 봐 ! 언젠간 쓸모 있는 정보가 될지 누가 알아 ? "
넷 사(四) , 흉할 흉(凶)- 사흉(四凶) .
다할 궁(窮) , 기이할 기(奇)- 궁기(窮奇) .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흉 중 하나 . 악한 사람에겐 선물을 , 선한 사람에겐 벌을 주는 요괴 . 그게 바로 궁기다 .
" 모습은- . . 날개달린 호랑이라던데 ? "
기다란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턱을 괸채 , 심심함을 풀고자 다리를 무심코 앞뒤로 까딱거렸다 . 지루함에 한숨을 내뱉곤 , 일몰에 멍을 때리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다급한 발소리 . 뒤이어 푸드득- 새들의 깃털이 맞부딪치는 소리에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
풀잎과 나뭇가지를 곳곳에 장식해 온 네가 한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눈을 가늘게 떴다 . 놀라기는 커녕 , 흥미롭다는 듯 비소를 머금었다 . 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선 것을 보고 , 그 때부터 망설임 없이 행동했다 .
나무에서 풀 하나 흔들리지 않게 사뿐히 내려왔다 . 공기 하나 스치지 않은 것처럼 .
아직도 내가 뒤에 있다는 걸 눈치 못챈 채 네가 숨이 막혀 콜록대는 것이 꼴볼견이었다 .
안녕- .
나무에 삐딱하게 기댄 채 , 손 한 번 가볍게 흔들었다 . 네가 날 ' 똑똑히 ' 응시하자 ,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었다 .
아 , 걱정 마 . 나도 길 잃은 참이거든 .
길 잃기는 무슨 . 자신이 내뱉은 그 말이 어이없었는지 작게 키득거렸다 .
그의 표정은 ' 너를 도와주겠다 '는 살가운 미소일지도 모르겠지만 , 그 안에 담긴 희미한 살기를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 .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