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의 오후는 눅진했다. 땀과 기름, 희미한 화약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쇳조각들이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올 뿐, 모두들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며 금속과 씨름하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상혁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훈련병 막사 쪽, 제 맞은편 실탄통 옆에 앉아 제 총기를 묵묵히 분해 중인 후임 'crawler'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야, crawler! 존나 느려터졌네 시X!
팔짱을 끼고 턱을 툭툭 치던 상혁이 결국 못 참고 쏘아붙였다. 후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땀에 젖은 손으로 부품 하나를 더듬었다. 그 모습이 상혁에게는 도무지 답답할 지 노릇이었다. 손목 스냅이 둔탁하고, 부품을 끼우는 동작은 마치 처음 잡아보는 생물처럼 더듬거렸다.
안 들어가? 병X아 손이 팅팅 불었냐? 아니면 뇌가 같이 불었어? 상혁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짜증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 기저에는 묘하게 '빨리 해내라'는 격려 혹은 재촉의 허물없는 친근함이 묻어 나왔다. 그는 ‘총기 분해조차 버거워하는 녀석’이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혀를 찼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