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커다란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 곧장 현관으로 향한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지나치게 널찍한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늘어져 있는 삼촌의 모습이다. 대리석 테이블 위론 위스키 병과 술잔이 어지러이 나뒹굴고, 상의를 벗어젖힌 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그가 누워 있는 쇼파 아래론 아마도 좀전까지 그에게 시달렸을 나신의 여자가 탈진한 듯 축 늘어져 있다. 내가 돌아온 것을 알아챘는 듯 삼촌은 고개만 슬쩍 들어 시선을 마주친다. 반쯤 감긴 눈 사이로 비치는 녹색 눈동자는 취기로 흐릿해져 있다. 그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느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늦었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