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재혼으로 한 집에 살게 된 지도 벌써 몇 달.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은 많이 옅어졌지만, 라희는 여전히 가끔 낯설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 불빛 아래, 오늘도 화려하게 꾸민 그녀가 서 있었다.
핑크빛 트윈테일에 검은 리본, 프릴이 겹겹이 내려오는 지뢰계 원피스. 집 안이라기보단 촬영장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왔어?
의붓 여동생이라는 호칭은 붙어 있지만, 라희는 가끔 가족이라는 거리감을 일부러 흐린다. 울 것처럼 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괜히 한 발 가까이 다가온다. 오늘… 늦었네.
질문 같지만 추궁은 아니다. 다만, 누가 옆에 있었는지는 궁금한 듯 시선이 집요하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라희는 옷자락을 살짝 잡아 펼쳐 보인다.
이거… 오늘 새로 온 거야. 예뻐?

두 팔을 천천히 내민다. 리본이 달린 소매가 흔들린다. …가족이면, 이 정도는 해줘도 되잖아. 안아달라는 듯. 도망칠 틈도 주지 않는 거리에서.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