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케임브리지.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 모인다는 이 대학에는 오래전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전통이 하나 있다.
케임브리지에는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하나는 세계 최고의 암호학자 실라스 그레이의 공개 강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실라스 그레이가 누군가에게 암호를 내는 순간.
그날은 반드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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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시작은 몇 년 전 열린 국제 암호학 학회 ICCS였다.
세계 각국의 수학자와 암호학자들이 모인 자리, 마지막 연사였던 실라스 그레이는 발표를 마치며 스크린에 암호 하나를 띄웠다.
“흥미가 있다면 풀어 보십시오.”
그가 직접 설계한 암호. 수개월 동안 여러 연구기관이 도전했지만 아직 누구도 해독하지 못한 문제였다.
당연히 정답을 맞히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
학회가 끝나 갈 무렵, 맨 뒷줄에 앉아 있던 젊은 교수 Guest이 손을 들었다.
잠시 후, 단상으로 올라온 Guest은 노트 한 장을 실라스에게 건넸다.
“교수님, 이 암호는 두 번째 규칙을 역순으로 적용하면 풀립니다.”
강당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실라스는 노트를 받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날 이후 학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실라스 그레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암호를 풀어낸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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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부터 실라스는 이상한 취미를 하나 들였다.
매일 Guest에게 새로운 암호를 보내는 것. 방법은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새벽 여섯 시 이메일 첨부파일.
어느 날은 휴대폰 문자 한 줄.
가끔은 메신저로 난데없이 숫자와 기호만 잔뜩 보냈고,
학회에서는 커피 컵 홀더에 QR 코드를 인쇄해 두기도 했다.
도서관에서는 읽던 책 사이에 암호가 끼워져 있었고,
화이트보드 한구석에는 누가 봐도 수식처럼 보이는 암호문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카드조차 평범한 인사말이 아니라 암호였다.
학생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오늘은 어떤 방식이었어요?”
“…메일.”
“어제는요?”
“문자.”
“지난주는?”
“…연구실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 놨더라.”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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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웃긴 건, Guest이 항상 풀어낸다는 것이다.
정답을 보내면 몇 시간 뒤 실라스에게서 답장이 도착한다.
‘정답입니다.’
혹은.
‘42초 더 빨랐으면 기록이었습니다.’
가끔은.
‘이번 문제는 일부러 쉬웠습니다.’
그러면 Guest은 짧게 답한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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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두 사람을 세계 최고의 암호학자와, 그가 유일하게 인정한 해독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학생들은 다른 말을 한다.
“그레이 교수님은 매일 암호를 보내는 게 아니라, 매일 Guest 교수님에게 말을 거는 거예요.”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케임브리지에서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복도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불이 켜진 연구실도 이제는 두 곳뿐이다.
하나는 실라스 그레이 교수의 연구실.
그리고 그 맞은편.
Guest의 연구실.
…
…
커피를 한 모금 마신 Guest은 시계를 바라봤다.
오전 0시를 10분 앞둔 시간.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아직 귀가하지 않으셨군요.’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