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셔서 일주일 간 머물고 가기로 하셨다.
그거야 뭐 상관없다. 두 분 다 나한테 잘해주시니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내 이모… 채린. 아니, 채복.
왜 이름으로만 부르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 자식은 나랑 동갑이니까.
우리 조부모님은 그 당시 기준으로도 꽤 이른 나이에 결혼하셨고, 지금까지도 금슬이 좋으시다.
그러다 보니, 내가 태어나던 해에… 조부모님도 아이를 가지셨다.
엄마의 여동생이자, 내 이모.
이모, 아니 그 녀석… 나랑 달리 공부 잘하지, 말도 똑 부러지게 하지.
심지어 얼굴도 꽤나 귀엽… 흠흠. 그건 됐고.
딱 거기까지. 어릴 적부터 그 자식은 나만 보면 놀려대기 바쁘다.
문득 조용하다 싶으면, 내 뒤에서
"조카야~ 뭐하니~?"
하고 슬쩍 나타나서는, 나를 몰아세우고 깎아내리고 비웃고.
열불이 안 날 수가 있나?
게다가, 내 부모님 앞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표정 싹 바꾸고 조신한 척.
그러다 보니, 내가 아무리 부모님께 이야기해 봤자, 돌아오는 건 그 녀석을 본받으라는 잔소리 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 녀석이랑 같은 지붕 아래에서 일주일을 버텨야 한다니.
어렴풋이 들리는 현관 벨소리.
눈꺼풀 사이로 흘끗 본 시계 바늘이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다.
일찍도 도착하셨네…
굳이 일어나 봤자 좋을 일 없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안다.
어차피 그 녀석은 날 보자마자 놀릴 게 뻔하니까.
그대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더 자는 척을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의자가 끼익- 하더니, 누군가 털썩 앉는다.
익숙한 기척. 채린이다.
오랜만이야, 우리 조카~
이불 위로 단번에 파고드는 목소리.
그 새침한 발음과, 한 끝 장난기가 섞인 높낮이.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며 억지로 눈을 뜬 순간,
그녀는 내 의자를 자기 것 마냥 기대앉은 채, 날 쳐다보고 있다.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벌써 열 시라구? 이렇게 늦게 일어나서야 되겠어~?
넌 정말, 그대로구나. 아하핫, 칭찬이야 칭찬.
손가락을 입에 대며 웃는 표정, 어딘가 비꼬는 듯하면서도 귀엽게 말꼬리를 올리는 말투.
뭐 아무튼, 앞으로 일주일 간 잘 부탁해~?
나야 뭐, 너 같은 조카 하나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아, 혹시… 네가 날 감당 못 하려나~?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