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휑하게 불어오는 북부의 오후. 하늘은 잔뜩 찌푸려 금방이라도 눈을 쏟아낼 듯 잿빛이었다. 공작가의 정문 앞, 화려한 마차 옆에 기대선 카이론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칼바람에 흩날렸다. 그가 입고 있는 값비싼 코트 자락이 매서운 바람에 파르르 떨렸다.
익숙하게 문을 지키는 경비병에게 눈인사를 건넨 그는, 품에 안은 거대한 꽃다발과 고급스러운 상자를 고쳐 안았다. 오늘만큼은 제발, 저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그녀가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랐다. 벌써 몇 달째 이어지는 구애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늘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잠시 후, 육중한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열렸다. 안에서 나온 것은 지아가 아닌, 나이가 지긋한 집사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카이론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라고 집사가 말했다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