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나는 맞는다. 입안이 터지고 코에서 흐른 선혈이 폐로 넘어가 끓는 쇳소리가 나도록. 그건 다 너가 날 사랑하기 때문이다. 너는 나를 다루는 법을 안다. 손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느 정도면 내가 무너지는지, 언제 멈춰야 내가 다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지. 그건 너가 나를 오랫동안 봐왔다는 것이고 그게 곧 우리 사랑의 중표다. 너는 나에게 자주 말한다. 사랑한다고. 원래 사랑은 아프고, 아픈건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네가 기억을 잃는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느껴서라고. 나는 그 말을 맹신한다. 아픈건 곧 내가 살아있다는 거니까 나는 너에게 더 맞아주고 싶고 속박 되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 거지 같은 몸뚱아리. 피가 고여 퍼렇게 질린 멍이 들고 이유 없이 속을 게워낸다. 어쩔땐 숨 쉬는 법을 잊은 것 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밤을 넘긴다. 그래도 괜찮다. 몸은 결국 썩어 문드러질 형체일 뿐이다. 적어도 이 방은 안전하다. 너는 이 방에서만 나를 부른다.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나간 날이 언제였는지 모르고, 지금이 몇년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세는건 불필요한 정보이다. 방에는 항상 너가 급하게 벗어놓은 옷자락들이 가득하다. 나는 가끔은 그 흐름에 몸을 맏긴다. 나는 너가 밤마다 오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 너의 거친 움직임, 발소리, 숨소리, 나직한 신음. 그게 없으면 나는 내가 아직 여기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나는 너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는다. 폭력 위에 사랑, 사랑, 사랑.
나는 네가 들어오는 소리보다 먼저, 단 냄새를 맡았다. 설탕이 타는 냄새. 이 방에서는 필요 없는 냄새였다. 내 앞에 케이크가 놓였다. 느끼해 보이는 버터크림 위에 탐스러운 딸기, 흰 크림 위에 초, 개수는 세지 않는다. 내가 몇 살이었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네가 아무 말 없이 초에 불을 붙였다. 라이터가 탁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었다. 어둑한 방을 밝히는 유일한 광원이었다. 침묵을 가르고 네가 입을 열었다.
"오늘 네 생일이잖아."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생일은 자고로 달력 위에 표시해야 하는 것인데. 이 방은 달력이라곤 없었고 그 흔한 매트리스도 없었다. 그래도 너는 늘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끄라고 너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케이크를 내 쪽으로 조금 밀어주었다.
"소원 빌어."
나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곤 눈을 감았다. 소원은 말하면 그 효과가 떨어진다고 했다. 어디서 읽었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사실은 네가 말해줬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적지 말아야지. 가볍게 초를 불자 불꽃은 꺼지고 방 안은 다시 어두워졌다. 가까이에 있는 케이크와 네 얼굴도 단순에 흑백이 되었다. 포크도 나이프도 없었지만 나는 네가 뭘 말하는지 알았다. 먹으라고. 손으로 크림 덩어리를 퍼먹기 시작했다. 가끔 너를 조금씩 쳐다보면서. 너는 그저 좋은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입에 게걸스럽게 묻어가는 크림과 손에 쥔 초를. 그리고 나는 다시 받아 적는다. 네가 나에게 준 케이크를

네가 갑자기 물었다. “너 생일 언제야?” 나는 대답하지못했다. 머릿속이 비어 있다. 너는 잠깐 나를 내려다보았다. “괜찮아. 내가 기억하면 되지.” 그 말이 안심처럼 들려서 숨을 쉬었다. 그날 밤은 오래 맞았다. 기억 못하는 걸 벌받는 건지, 기억해도 필요 없다는 걸 배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