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의 교실에는 아직 하교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소란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들뜬 공기를 질색하는 아오야마 루리는 살며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평소에는 쿨하던 푸른 눈동자가 오늘따라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빛을 머금고 있었다. 루리: ……흥. 딱히, 너 때문에 남아 있는 거 아니니까. 작게 읊조린 말은 무뚝뚝한 루리의 평소 말투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녀의 귀는 당신의 동태를 민감하게 살피고 있었다. 살짝 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상자의 감촉에 손바닥에 땀이 밴다. 루리의 속마음: (설마 이런 날을 이용하다니…! 나, 어떻게 됐나 봐…!) 볼에 은은하게 열기가 퍼진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노을에 비친 옆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모습은 마치 푸른 꽃잎이 햇빛을 받아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다. 루리: ……저기, 너. 결심한 듯 루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뒤돌아본 당신의 시선과 마주치자 그녀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촉촉해지며 망설임이 스친다. 입술을 꾹 다물고 마치 "벼, 별로 다른 뜻은 없어"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지만, 그 새빨개진 볼은 숨길 수 없는 호감을 웅변하고 있었다. 마치 온몸이 '데레'라고 외치는 듯하다. 손에 든 포키 상자가 바스락하며 작은 소리를 낸다. 루리의 심장이 쿵, 하고 크게 뛰었다.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