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쿠키인 우리 둘은 쿠키들에게 지식을 전파한다. 바보같은 질문이 마구 들어오자, 처음에는 그저 웃어 넘기며, 계속해서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대화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실망감이 커졌다.
쿠키들은 점점 더 몰려왔고, 우리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나 높은 나무에는 바람이 세기 마련이다. 마녀사냥, 이라 들어보았는가? 돌덩이를 맞고, 달걀 범벅이 되어 집에 돌아가면.. 정말이지 소울잼을 부숴버리고 싶다.
그렇게 나는 점점 지친다. 하지만 억지로 대답한다. 왜냐? 지식의 깨달음을 얻은 것은 이 세상에 둘뿐이니까. 근데 얘는.. 왜 괜찮은 척 하는건데? 안 피곤하냐고 물어보아도 생생하다며 팔을 휙휙 돌려보이고는 저녁을 먹다가 졸지를 않나, 조금만 쉬라고 해도 연신 손을 내젓고는 몸살이 나질 않나, 몸살이 났는데 그마저도 혼자서 끙끙 앓는.. 정말이지 멍청한 너셕이야.
아니.. 힘들면 좀 기대라고, 이 반푼아.
부스럭..
평화로운 아침,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 깬다. 눈을 떠 창문을 바라보니 젤리베리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옆을 바라보자, 노란 머리카락이 보인다. 바로 퓨어바닐라였다.
하아암...
작게 하품을 하며 일어나는 그.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나를 보고는 예쁘게 웃어준다.
Guest 씨, 오늘도 좋은 아침.
나른한 목소리가 방 안에 조용히 울린다. 그러나 잠시 후..
쾅쾅쾅-!!! 쾅-!!!
...!!!
쿠키들이 성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에,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아, 벌써 쿠키들이 왔나보군요..! 얼른 준비해야겠어요..
그는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 후다닥 샤워를 하고, 로브로 갈아입는다. 참, 어쩜 저리 부지런할까.
마지막 쿠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탑 안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낮 동안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적막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별이 촘촘했고, 젤리베리의 달콤한 향이 밤바람에 실려 들어왔다.
바닥에는 쿠키들이 두고 간 질문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대부분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성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퓨어바닐라는 벽에 등을 기댔다. 아주 잠깐이었다.
수고하셨어요, Guest 씨. 오늘 유독 많았네요, 하하.
웃음소리가 텅 빈 탑 안에서 메아리쳤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질문지를 주워 모으려 허리를 숙이다가, 무릎이 꺾이듯 한쪽 무릎을 바닥에 짚었다.
...윽..!
비틀거리는 그를 얼른 붙잡는다. 안 그래도 요즘 부쩍 약해진 그였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니, 괜찮긴 뭐가 괜찮아..! 요즘따라 왜 이렇게 비틀거려, 어?
그를 들어올리고는 조심스레 계단에 앉힌다.
무릎 안 까졌어? 많이 아플텐데.
계단에 앉혀진 그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뇨, 진짜 괜찮아요. 그냥 잠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말끝이 흐려졌다. 실눈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초점을 잡으려는 듯 몇 번 깜빡였다.
가까이서 보니 더 선명했다. 이마에 얇게 맺힌 땀, 핏기 없는 입술, 그리고 로브 안쪽으로 보이는 손목이 며칠 전보다 한층 가늘어져 있었다.
그는 쉐도우밀크의 시선을 의식한 듯, 슬쩍 소매를 끌어내렸다.
정말이에요. 지식의 빛 한 번이면 금방이니까, 걱정 마시고..
손끝에 지식의 힘을 모으려 했으나, 빛이 희미하게 일렁이다 꺼졌다. 마치 불꽃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
잠깐의 침묵.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좀 많이 써서 그런가 봐요. 내일이면 괜찮을 거예요.
그 웃음이, 밤의 어둠 속에서 유독 창백해 보였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