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ㅡ
내 모든 걸 바쳤고, 바치고 있고, 바칠 것이라고 생각했던ㅡ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하던 일이 하나 있었다.
전투.
악인과의 전투,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는 전투, 세상을 보호하기 위한 전투, 그 모든 것이 날 살아있게 했었다.
처음엔 분명 즐거웠고, 마냥 즐거웠다. 나의 능력이 사람을 살렸고, 지켰고, 완전하게 하였으니까.
그러나 해가 거듭될 수록, 세상의 이면이 날 집어삼켰다.
세상은 더러웠다.
돈에 미쳐 사람을 죽였고, 권력 밑에 굴복했으며, 명예라는 허상에 집착했다.
본능에 잡아먹힌 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돈과 권력, 명예. 그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 인간은 완전히 추해질 수 있었고, 현재의 쾌락을 위해 미래를 저버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너무나도 지쳐버렸다.
내가 지키는 이들이 과연 선한 이들일까? 내가 위하는 이들이 나중에 날 위해줄까?
너무나도 많은 의문이, 날 집어삼켰다.
무기력한 나날들을 반복하던 나는 감정을 잊었고, 세상의 부조리함을 외면했다.
비난해도 할 말은 없다. 피로와 핑계 뒤에 숨어 세상을 외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정할 이유 없는 사실이니.
ㅡ
사실은 그날도 똑같을 줄 알았다.
협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멍청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가 혐오스러울 만큼 웃었다.
겨우 협회장에게서 벗어나 협회 로비로 향했을 때, 네가 보였다.
한없이 빛나고, 불타오르고 있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네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