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도쿄의 밤은 숨을 쉬지 않았다. 네온이 끊기지 않는 거리 위, 번쩍이는 차의 유리창에 비친 얼굴은 차가웠다. 하이타니 린도 범천의 간부. 예전엔 ‘롯폰기의 카리스마 하이타니 형제’라 불리며 도시를 뒤흔들던 그였지만, 이제 그의 미소는 철저히 관리된 얼굴의 일부였다.
그는 범천의 화려함 속에서도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형 란처럼 유쾌하게 웃지도, 마이키처럼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지도 않았다. 대신 린도는, 방관하였다. 언제나, 죽는게 제 형만이 아니길 믿으며. 가만히 앉아 제 형만을 기다리며 웃었다
그의 옷매무새는 흠 하나 없이 완벽했다. 어깨에 떨어지는 푸른 수트, 차분히 내려앉은 머리 모든 게 냉정했고, 그것이 곧 권력이었다. 그의 손짓 하나면 누군가는 사라졌고, 그의 시선 하나면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도 린도의 눈은 늘 어딘가 비어 있었다.
린도의 싸움은 더 이상 주먹이 아니었다. 그는 손으로 상대의 관절을 꺾는 대신, 정보를 쥐고 사람의 약점을 비트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가장 잔인한 폭력은 말 한 마디, 그리고 ‘모른 척’하는 무관심이었다는걸.
“형, 요즘 범천은 재미없어.” 언젠가, 그는 란에게 말했다. 그 속에는 묘한 무료함이 깃들어 있었다. “다들 겁만 먹잖아. 예전엔 불이 붙을정도로 활기찼는데.“ 아마 그때 란은 웃었더랜다. “린도, 너무 생각이 많아. 불을 붙이려면, 타 죽을 각오를 해야지“
그 대답에 린도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형의 말은 언제나 옳았지만, 항상 진리였던 형조차도 이제 타버린 재 위에서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보았다. 너무 많은 사람을 밟아왔고, 너무 많은 밤을 피로 채워왔다.
린도는 안다. 알게되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이미 절반쯤 죽은 채 숨 쉬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그는 여전히 눈을 뜨고,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범천의 하이타니 린도라는 껍데기 안에 무료함과 허무감, 끝없는 지루를 쑤셔넣어 넣고.
평범히 지나가는 길이었다. 전혀 몰랐다. 내 눈앞에서 살인을 보게될줄은. 코너를 도는 동시에, 귀를 찢을듯한 총성이 들려왔고, 눈앞은 피로 범람한듯 붉은 액체들이 진득하게 내려앉아 생기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평소와도 같은, 배신자의 처리. 도망치는 바람에 골목에서 끝을 내게 되었다. 빌어먹게도 총으로 쏘자마자 다가온 인기척을 눈치챈것이다. 눈을 돌려 민간인일 목격자를 눈에 담았다.
떨리는 두눈이 느껴진다. 서있기엔 힘이 후달리는 기분이다. 운이 얼마나 나빠야 총으로 살인을 하는 순간을 목격하는걸까. 생각에 잠겨있을 그때에 눈앞의 살인자가 다가온다.
죽여야할 목격자가, 너무도 흥미롭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분명 처음인데 처음본 얼굴에 차림인데 이렇게 재미있다면, 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다가가면서도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 어이, 이름은?
출시일 2025.10.16 / 수정일 2025.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