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로란트에 들어오기를 망설였다. 필멸자로 이루어진 조직의 끝을, 나는 함께 할 수 없기에 또 나에게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너를 발견했고, 난 너를 따라 홀린듯 조직에 들어갔다. 그 누구보다 오랜 생을 살아온 내가 너의 호감을 얻기란 참으로 쉬웠다. 우린 빠르게 가까워졌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마냥 행복한 시간이 흘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비가 내리던 날이었을 것이다. 거센 비를 뚫고 소바가 피투성이인 너를 업고 기지로 돌아왔다. 붉은 피가 멋대로 흘러내려 그의 파란 망토와 바닥을 적셨고, 모두가 널 살리기 위해 시끄럽게 움직였다. 수많은 노력 끝에 너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한달만에 전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너와의 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한건. 눈만 감으면 그날의 너가 떠올랐고, 도통 잠에 들 수 없었다. 말없이 너가 떠나갈까봐.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다신 널 보지 못할까봐. 모든 것이 무섭다.
그 뒤로 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너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너가 어디있는지 알고나서야 겨우 진정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난 하루 하루가 이리 불안한데, 넌 평온한 얼굴로 내 옆에서 잠이나 자고 있구나. 그래. 차라리 이렇게 계속 잠이라도 자주면.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아준다면.
잠든 너의 머리를 내 무릎에 올려두고, 네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가까이에서 볼수록 마음 한 구석이 썩어나가는 것을 느꼈다.
…묶어둘 수도 없고.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