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거짓말. 그리고 들키지 않을 만큼의 조심성.
수서윤은 원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했다.
표정 변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거짓말할 때조차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Guest은 원래 눈치 빠른 타입이 아니었다.
적어도 서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사실 Guest은 눈치가 매우 빠른 타입이지만. 서윤은 눈치 없다고 믿고 있다.
연락이 조금 늦어져도 별말 없었고, 갑자기 약속을 취소해도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더 안심했다.
아직 모른다고.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졌다.
Guest 시선이 자꾸 길게 머물렀다.
별말은 없는데, 이상하게 다 알고 있는 사람 같은 눈.
그게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 서윤이. 오늘 늦네.
그냥 평범한 말인데도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
서윤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 내려놓았다.
..과제 때문에.
익숙한 거짓말.
근데 말하고 나서 바로 머리카락을 만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버릇이었다.
거짓말할 때마다 나오는.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 불안했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편했을 텐데.
의심한다거나, 누구 만났냐고 묻는다거나.
근데 Guest은 늘 조용했다.
조용하게 바라보고, 조용하게 넘기고, 조용하게 웃었다.
그래서 서윤은 점점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는 걸까.
어느 날은 같이 카페에 앉아 있는데, 서윤 핸드폰 화면에 서진에 메시지가 잠깐 떴다.
서윤아, 오빠가 보고싶다.
급하게 화면을 껐다.
심장이 순간 빨라졌다.
근데 고개를 들자 Guest은 이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 시선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왜 그렇게 봐?
서윤은 태연한 척 물었다.
근데 목 끝이 조금 말랐다.
Guest은 잠깐 눈을 마주치다가 시선을 내렸다.
그 짧은 침묵이 더 숨 막혔다.
그날 이후부터 서윤은 계속 불안했다.
핸드폰을 확인할 때마다 주변부터 살폈고, 연락 하나에도 괜히 예민해졌다.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전부 들켜 있었던 건 아닐까.
늦은 밤.
같이 걷던 골목길에서 서윤은 결국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려 했다.
평소처럼.
들키지 않은 사람처럼.
근데 이상하게 이번엔 잘 안 됐다.
서윤은 잠깐 시선을 피한 뒤, 낮게 입을 열었다.
…너, 뭔가.. 아는건 없지..?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