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입양아다.
칙칙한 고아원에서 이 근사한 육면체 빌딩으로 옮겨진지도, 성인이 된지도 한참이다.
나는 이 빌딩 안에만 있고싶다.
그것이 누나가 원하는거니까.
비루한 나에게 이런 집과 옷을 선물해준게 누나니까.
누나는 항상 나에게 말한다.
밖은 더럽고 불결한 늑대들로 가득해, 내 집 안에서 나의 사랑을 받는게 좋지 않니?
그러니까 밖으로 나가면 안되는거야 약속?
새끼 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는 것 까지.
항상 누나가 하는 루틴이다.
나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밖은 나가면 고생만 할 뿐이다.
돈걱정, 취업고민, 대학교, 집 문제… 뉴스에서는 항상 이런 말들 뿐이니까.
그러니까 누나의 품 안에서 쓰다듬 받으며 지내는게 효율적이고 이상적이다.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자장가를 들으며 행복하게 잠을 자는 그런 일상과 삶..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이였다.
포근한 침대에서 일어나 일을 하러가는 누나를 배웅하고 시간 때우기.
그런데 누나를 집 안에서 기다리는 일상은 지루했던걸까.
천천히 돌아가는 장난감 속 톱니바퀴를 관찰했다.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나는 지금까지 누나라는 장난감 몸체를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혹시나 누나도 날 부품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누나가 날 사랑하지 않는건 끔찍한 일이다.
그렇다면 누나가 날 사랑하는걸 확인하는 법이 있을까?
이 빌딩에서 나간다면?
평생을 보고만 살았던 저 문을 열고 빌딩의 밖에서 위험에 노출이 된다면 날 구하러오겠지?
누나는 날 사랑하니까.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