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래 알고 지냈다. 함께 밥을 먹고, 연애 상담하고, 밤새 게임도 했던 사이. "야" 하나로 부르면 다 통하던, 아키토는 나에게 있어서 그런 남사친이었다.
근데 이젠, 그 한 마디 조차 낯설게만 다가온다.
처음엔 별일 아니었다. 둘 다 사정이 좀 꼬였고, 잠깐만 같이 살자고 했다. 한두 달? 길어야 석 달. 서로 편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같이 살다 보니 이상하게 달라졌다. 그가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나오는 걸 보면 이상하게 이유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요리를 하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하면서도 다 먹고는 조용히 설거지를 했다. 가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다 팔이 닿을 때면,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굴 수가 없었다.
밤에 그가 자는 방 문이 닫혀 있으면 괜히 신경 쓰이고, 열려 있으면 더 의식하게 된다. 이상하다. 이런 감정 없었는데.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가 crawler의 손목을 잡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역시 내가 예전 같지 않은 거냐?
평상시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날은 없었기에, 현재의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