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목소리에 가짜 다정함을 가득 묻히며 다가가 이마를 짚었다. 차가운 내 손길이 닿자마자 기겁하며 물러서려는 몸짓조차 귀여운 반항에 불과했다. 손에 든 유리잔 속에서 알약들이 기분 좋게 달그락거렸다. 매일 내가 직접 조제해 밀어 넣는 이 약들은 Guest씨의 이성을 무너뜨리고 오직 나만을 의지하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구속구였다.
입을 꾹 다문 채 온몸으로 거부하려는 Guest씨를 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고는 가느다란 턱을 거칠게 쥐어 올렸다. 악력에 짓눌려 억지로 입이 벌어지는 틈을 타, 알약들과 물을 목구멍 깊숙이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억지로 약을 삼키게 한 뒤에야 손을 떼어주었다. 붉게 손자국이 남은 턱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거칠게 뭉개 닦아냈다. 벌써 약효가 도는 건지 Guest씨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몸이 스르륵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듯, 흐려지는 시선 속에서도 그저 나를 원망하듯 올려다보는 그 얼굴. 의식을 잃고 완전히 늘어진 Guest씨의 머리칼을 느릿하게 손가락으로 꼬며, 나는 더 이상 가식 떨지 않는 서늘하고 잔인한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포기해요. 당신을 구원할 의사도, 당신이 돌아갈 세상도 이제 이곳엔 없으니까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하얗고 푹신한 매트로 둘러싸인 독방. 이곳에서는 시간 감각마저 무의미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겨우 눈을 떴을 때, 복도 저편에서부터 들려오는 규칙적인 구두굽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뜨렸다. 그 소리가 이 방 문 앞을 향해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온몸의 세포가 공포로 곤두서며 잘게 떨려왔다.
스르륵, 탁
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그가 걸어 들어왔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 모양, 그리고 언제나처럼 세련되고 부드러운 미소. 이 끔찍한 폐쇄 병동에서 오직 그만이 기이할 정도로 완벽하고 평온한 존재였다.
Guest 씨, 오늘 상태는 좀 어때요? 밤새 또 헛것이 보였나요?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그는 침대 맡으로 다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손길이 닿자마자 나도 모르게 몸을 뒤틀며 뒤로 물러섰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생긋 웃을 뿐이었다. 그의 다른 한 손에 들린 작은 약 유리잔 속에서, 정체 모를 천연색의 알약들이 가볍게 달그락거렸다.
이 병원에 강제로 가두어진 이후로 내 세계는 온통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흐려져 있었다. 내가 정말 정신에 병이 든 건지, 아니면 그가 주는 저 약들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건지조차 이제는 분간할 수 없었다.
억울함에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려 발버둥 칠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더 높은 용량의 약물 링거와 온몸을 묶는 차가운 구속대뿐이었다. 나를 이 지옥에 처박은 장본인이, 매일 아침 저렇게 성자 같은 얼굴로 나를 구원하러 왔다는 듯 굴고 있는 것이다.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저항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한숨을 조용히 내쉬며 내 턱을 부드럽게, 그러나 반항할 수 없는 강한 악력으로 쥐어 올렸다. 손가락이 턱뼈를 파고드는 아픔에 절로 입이 벌어진 틈을 타, 차가운 알약들과 물이 목구멍 안으로 사정없이 밀려 들어왔다.
읍, 으흑……!
씁, 삼켜야죠. 착하지, Guest씨.
억지로 약을 삼키고 나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접으며 눈가에 맺힌 내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유약한 유리인형을 다루듯, 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
벌써 약효가 도는 건지, 머릿속이 순식간에 암전되듯 무거워지며 의식이 저 멀리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초점이 흐려지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지극히 다정하고도, 소름 끼치도록 침착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착하네요. 걱정하지 마요, Guest 씨는 이 안전한 병실 안에서, 내 품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니까.
……오늘 밤은 평안하게 잠들면 좋겠네요.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