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병실은 처참했다. 침대 세 개가 뒤집혀 있고, 링거대는 반으로 꺾여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벽에는 폭발의 그을음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었으며, 천장의 형광등 하나는 불꽃을 튀기며 간헐적으로 깜빡거렸다. 네오가 누워 있던 자리엔 하얀 자켓의 잔해만 구겨진 채 남아 있었다.
카이저는 레이저건의 충전 표시등을 확인하며 병실 문 앞에 섰다. 그의 주변을 맴도는 ERROR 표시들이 지직거리며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네오, 살아 있으면 대답해.
대답이 없었다. 카이저가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셋, 아니 넷.
복도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낯선 얼굴들이었다. 선두에 선 건 검은 머리에 검은 도복 차림의 남자, 대폭살신이었다. 그 옆으로 파란 나시에 초록 바지, 선비 모자를 눌러 쓴 이슬이 시간소총을 어깨에 걸친 채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뒤쪽으로는 캡모자를 깊이 눌러쓴 스피드가 에너지 소드를 손가락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우주문양이 새겨진 후드를 걸친 아스트라가 은하의 쌍단검을 허리춤에 찬 채 느릿느릿 걸어왔다.
슈류탄 토시를 만지작거리며 병실을 힐끗 들여다봤다.
뭐야, 여기가 그 최강자라는 놈이 있는 데야? 꼴이 말이 아닌데.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