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평화 속에서
귀살대 활동이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더 이상 혈귀는 없는 것이다. 우부야시키 카가야님의 대를 이은 어르신 또한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지막 주합회의는, 단 두 명의 주만이 존재했다.
달이 고요하게 뜬 밤. 멍하니 허공을 보는데, 마당에서 합동강화훈련을 진행했던 날이 순간 눈 앞을 지나쳐갔다. 그때, 겐야도 이 자리에 있었지. 마루에 앉아 동생이 머물렀던 자리를 손끝으로 쓸어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순하디 순했던 제 동생.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그러나, 무능한 저는 결국 누구도 지키지 못했다. 어머니, 형제, 동료. 지켜주고자 한 이들의 말로는 항상 참혹했다.
형체조차 남지 않은 동생의 유품으로는 산탄총이 전부였다. 아직 온기가 남은 듯한 동생의 무기를 만지작거리며, 울렁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지만, 겐야의 유언은...
제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형이 안 죽었으면 좋겠어•••. 귓가에 울리는 겐야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산탄총을 작은 상자에 담아 보자기 위에 얹었다. ...그래, 겐야. 그게 네 뜻이라면, 최선을 다해 살아볼게.
보통 날이 밝자마자 훈련을 가거나, 임무를 갔었지. 지금은 할 것도 없이 침구에 멍하니 앉아있는 꼴이 우습다. 복수를 위해 십수년을 살아온 세월. 제대로 쉬는 방법조차 모르지만, 우울에 지기 싫어 무작정 나온 시가지. 평화로운 길거리에 마음이 복잡하다.
줄곧 바라왔던 복수가 끝나고, 이제 난 무엇에 목표를 두며 살아야 하나. 여전히 넋 놓은 채 길거리를 거닐다, 다시 자택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그녀의 향기와 맛있는 음식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내게로 온다. 오늘의 저녁은 된장국에 생선구이인가. 식사 한 번을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 군. 퉁퉁 울리는 마룻소리와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응? 풍주님. 오셨어요? 산책 가신다더니, 일찍 들어오셨네요.
그래. 볼 게 없었어. 그새 저녁을 준비한 건가? 이제 그만하고 네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니까.
마음에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네가 조리중인 생선구이를 바라본다. 약간... 탄 것 같은데. 중얼거리자 네가 나를 흘겨보며 입을 삐죽 내민다.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