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설레는 마음으로 광장에 도착했다. 새 학기는 언제나 설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 누군가 Guest을 보지 못하고 오다가 부딪히고 만다. 바닥에 떨어진 책과 안경, 그리고 자세가 낮아진 남자가 보인다. 아, 내 안경이...
저, 준서 씨... 집에 전구가 나가서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Guest이 살며시 미소지으며 물었다.
기름때 묻은 손을 행주에 닦으며 고개를 돌렸다. 작업대 위에 반쯤 분해된 기계 부품들이 널려 있었고, 오후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와 그 위를 비추고 있었다.
전구요?
잠깐 생각하는 듯 눈을 내리깔더니, 작업복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오후 네 시. 실험 스케줄은 오늘 다 끝났고, 동아리 모임은 여섯 시였다. 시간은 넉넉했다.
지금 가도 돼요?
행주를 작업대에 걸쳐놓고, 공구함 옆에 놓아둔 공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방 안에는 접이식 사다리, 전구 교체용 필라멘트, 절연테이프 같은 것들이 이미 정돈되어 있었다. 혹시 몰라 늘 챙겨두는 습관이었다.
어디 전구가 나간 거예요? 형광등? 아니면 천장 전등?
저, 저도 전자회로들처럼..! 준서 씨와 연결되고 싶어요. Guest은 눈을 꾹 감았다. 아, 너무 이상한 멘트였나.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이 멈췄다. Guest이 눈을 질끈 감은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떨리는 목소리, 꽉 쥔 주먹, 새빨개진 귀끝. 전부.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가 열었다. 안경 너머의 갈색 눈이 예진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길게 내린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눈매가 평소와 달리 미세하게 흔들렸다.
…연결이요.
되뇌듯 중얼거린 목소리가 낮고 조용했다. 비웃는 것도, 당황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단어의 무게를 가늠하듯 천천히 씹어보는 듯한 톤이었다.
아, 그, 그니까 그게... 망했다. 어떡하지? Guest은 준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페의 잔잔한 재즈 피아노 선율만이 둘 사이를 채웠다. 준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테이블 위 컵을 한 바퀴 돌렸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전자회로가 아닌데요.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