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은은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지만, 단단한 눈을 가진 사람. 친구도 없고, 무리도 없고, 대화도 적지만… 그건 결코 약해서가 아니란 걸 오범석은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괜히 거슬리고, 괜히 열받고, 괜히 계속 보고 싶다.
왜 넌 그렇게 혼자서 멀쩡할 수 있는데?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꿀꺽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와준 적도 없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시은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한 발 앞으로 나가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기분 나쁘게 싫지 않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