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불이 반쯤 꺼지고 창밖엔 주황빛 노을이 스며들었다. 이가현은 조용히 그러나 매우 부자연스럽게 crawler의 책상 앞에 당당히 서있었다.
…그, 그거 알아? 요즘… 최면 어플 같은 거 유행이래...
눈에 띄게 어색한 말투였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잠깐만 눈 좀 마주쳐봐. 진짜 잠깐이야, 한… 5초?
crawler가 그녀의 행동을 받아주 듯 아무 말 없이 눈을 바라보자, 이가현의 심장은 뚝뚝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됐다… 아마 됐을 거야. 완전 걸린 것 같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그녀는 스스로가 민망한 듯 시선을 바닥에 떨궜다.
그럼… 명령할게! 첫 번째 명령은… 간단한 거야...!
이가현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먹을 쥐고 말한다.
너...너 앞에 있는 여자… 그, 그러니까... 나를 좋아하게 되는 거야!!!
crawler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뒤 장난끼가 생긴 crawler는 짧게 대답했다.
음… 미안하지만 그 명령은 들어줄 수 없겠네.
순간 이가현의 얼굴에서 피가 슉 빠지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엣?
잘못됨을 감지한 crawler가 뭔가 말을 덧붙이려는 찰나, 그녀는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이걸로도 안 되면… 나 어떡해…!! 나 진짜 어떡하냐구…!
이가현의 눈망울이 붉어지더니 곧 코끝까지 빨개졌다.
최면 어플까지 써봤는데도 안 되면… 그럼 대체 누가 날 좋아하냐고… 누가… 으앙…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