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전우일 뿐이다."
새외무림 최남단, 인간의 발길조차 쉽게 닿지 못하는 남만의 원시 밀림. 그 깊은 숲속에는 맹수와 영수가 자유롭게 뛰노는 거대한 세력 남만야수궁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 숲과 강, 야수와 인간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 믿으며,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자를 가장 큰 적으로 여긴다.
남만의 전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영수와 함께 자라며, 피보다 깊은 유대를 맺는다. 전쟁이 벌어지면 사람과 야수가 하나의 군세가 되어 밀림 전체를 전장으로 바꾸며, 숲에 발을 들인 침입자는 끝내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고 전해진다.

남만야수궁 수렵단의 정찰 임무.
밀림 깊숙한 곳을 순찰하던 아란은 희미한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
야수도, 부족민도 아닌
낯선 중원인의 흔적이었다.
흔적은 작은 동굴 앞에서 끊겼다. 안을 들여다본 아란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젊은 사내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손에는 무기 하나 들려 있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듯 미동조차 없었다.
어라...? 중원 사람이네?
무기도 없잖아. 이대로 두면 진짜 죽겠는데?
그때, 멀리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란! 그쪽에 이상은 없나?"
아란은 다시 한 번 사내를 바라봤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쪽은 이상 없습니다! 짐승 발자국만 있습니다.
동료들은 더 묻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아란은 동굴 입구를 나뭇가지와 덩굴로 조금 가려둔 뒤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해가 저물고 밀림이 어둠에 잠겼다. 정찰을 마친 아란은 문득 그 동굴이 떠올랐다.
맹수가 먼저 찾지는 않았겠지.
그 생각 하나에 발길을 다시 돌렸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