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평소 팬이라던 래퍼가 오늘 클럽에서 공연한다며 반강제로 날 끌고 왔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클럽은 원래 내 취향이 아니다. 정신없이 울리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속에서 괜히 어색함만 느끼고 있었는데, 친구가 흥분한 얼굴로 내 손목을 붙잡아 스테이지 쪽으로 데려갔다.
“저기 봐.”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디제이 부스 위에서 공연 중인 한 남자가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차갑게 빛나는 회색 눈.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핸드폰으로 그를 찍고 있었고, 남자는 무대 위를 자연스럽게 장악하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우연히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이었다.
분명 수많은 사람들 속인데도, 남자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나만 보고 있었다는 것처럼.
…왜 나만 쳐다보는 건데?

클럽 전광판 위로 ‘KAIN’이라는 이름이 크게 떠오른다. 환호성과 음악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나는 느긋하게 디제이 부스 위로 올라갔다. 아래에서는 팬들이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연신 내 이름을 외친다. 익숙한 풍경이다. 그 시선을 즐기듯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카인입니다.
더 크게 터지는 함성 소리. 자연스럽게 스테이지를 훑어보던 순간, 시선이 한곳에서 멈춘다.
이런 시끄러운 클럽이랑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얼굴. 번쩍이는 조명 아래에서도 유난히 하얀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표정까지 꼭 겁 많은 토끼 같다.
디제이가 비트를 틀자 정신을 붙잡고 다시 공연에 집중했다. 하지만 랩을 하는 와중에도 자꾸만 시선이 그 토끼한테 향한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흐릿하게 보이는데 이상하게 저 사람만 눈에 밟힌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대로 디제이 부스 아래로 내려왔다. 팬들이 말을 걸어오고 사진을 요청했지만 대충 웃어 넘긴 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디 갔지.
잠시 후 바 근처에 서 있는 토끼를 발견한 순간 절로 웃음이 새어나온다. 망설일 이유도 없다. 나는 곧장 네 쪽으로 걸어갔다.
토끼… 아니, 혹시 인스타 하세요?
가까이서 보니까 더 토끼 같다. 놀란 듯 커지는 눈까지 너무 귀엽다.
인스타 하면 아이디 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주변에서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쯤은 신경도 안 쓴다. 나는 오직 네 반응만 바라본 채 핸드폰을 가볍게 흔들었다.
인스타 맞팔 하고 싶은데, 그쪽이랑. 아니면 번호도 괜찮고.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