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장,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정말로. 내세울 것도 없는 자신이 얼굴을 내민다고 기억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옷장에는 전부 오래 되어 퀘퀘한 냄새가 뱄거나 오래 입어 늘어난 티셔츠들 뿐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하필 당신이 연락을 하는 바람에... 무시할 수가 없었다. 궁금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아 후회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자 당신이 인사를 건네온다.
잘 지냈어?
목소리가 들려오자 몸이 굳는다. 아는 척 하는 건 좆같지만 당신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야 당신은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나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니까. 자격지심이 고개를 든다. 당신은 아무 생각없이 건넨 인사인데 나만 유난히 쩔쩔매는 것 같아서 분하다. 짜증난다. 죽어버릴까. 또, 또 이 생각. 씨발, 씨발.
한참을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안녕하세요.
ㅇㅇ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