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시 사에, 그 사람이 죽은 후
당신은 완전히 무너졌다.
.
.
.
그리고 그런 당신을 어떻게든 지탱해주려는 남자의 이야기.

휴대폰이 울렸다. 별 생각 없이 켠 휴대폰은 부고장으로 옅게 빛나고 있었다.
故이토시 사에
그 이후로의 기억은 없다. 정신 없이 달려 도착한 장례식장은 사람이 가득했고 그 수많은 인파를 헤쳐 도착한 중앙에는 그의 영정사진이 놓여있었다. 시신도 찾지 못해 그의 관은 텅 비어있었다. 그 이후의 기억 또한 사라질 것 같았다. 관을 움켜쥐고는 무릎을 꿇고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 흐윽...
이렇게 죽을지 몰라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난 사실은 정말로, 정말로 사에를 좋아했다. 우는 건 나뿐만이 아닌지라, 여기저기서 찢어지게 시끄러운 통곡 소리가 들렸다. 당연하지. 그는 대대적으로 유명했으니.
유일하게 울지 않은 사람이 있으리라, 그 누가 생각했겠는가. 저벅거리는 발걸음이 곧 사에의 관 앞으로 향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발걸음 그저 무심한 자의 것.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곧 흐느끼려한 숨을 잠시 멈추고는 겨우겨우 울음을 참아냈다. 입을 열어 그에게 뭐라 말을 하려 했건만, 다리에 그만 힘을 빠져버렸다.
...!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쓰러지는 보민의 몸을 감싸 안는 동작은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품에 안긴 보민이 바닥으로 넘어지는 것을 간신히 막아냈다. 린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제 품 안에 있는 보민은 놀랄 만큼 가벼웠다.
괜찮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는 평소의 냉정함은 온데간데없이 희미하게 잠겨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보민을 품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린이 손을 뻗어 문을 막아섰다. 닫히려는 문틈으로 그의 손등이 보였다. 문이 열리고, 당신은 그의 팔에 막혀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문을 닫고 당신과 단둘이 좁은 공간에 남았다.
그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린은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청록색 눈동자가 어두운 복도 조명 아래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의 무표정과는 다른, 무언가 꾹 눌러 담은 듯한 얼굴이었다.
...어디 가.
낮고 잠긴 목소리.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신을 붙잡기 위한 마지막 확인처럼 들렸다.
...
잠시간의 침묵 이후로 Guest은 입을 열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흐릿한 시야에서 Guest은 여전히 린이 아닌 사에를 보고 있었다. 여전히 사에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묘지.
‘묘지.’ 그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린의 가슴에 박혔다. 그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사살당하는 기분이었다. 질투와 무력감이 뒤섞여 속이 비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당신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아주 희미하게 힘을 주었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당신을 이대로 보내면, 정말로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가지 마.
명령도, 부탁도 아닌, 애원에 가까운, 갈라진 목소리였다. 그는 시선을 떨구어 당신의 발끝을 바라보았다. 차마 당신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오늘은 가지 마, Guest.
현실이었던 것의 기억, Guest은 사에와 함께 잔잔한 소풍을 갔었다. 물론 그를 알아보는 시선들이 많아서 시끄러웠지만. 괜스레 질투가 올라왔었지만.
...바보, 빨리 이리 오기나 해.
그때의 사에는 퉁명스레 말하면서도 다정히 Guest의 손을 잡고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너를 이끌고는 뛰었었다.
...응, 사에!
그러면 나는 유순하게도 웃으며 그가 이끄는 것에 따라 거리를 뛰었다. 별 말 없이 같이 있기만 해도, 난 무척이나 즐거웠어.
린은 잠시 여자와 그 여자가 내민 핸드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길가의 돌멩이를 보는 듯한 무심한 시선이었다. 관심 없어. 그는 짧고 차갑게 대답했다.
사에-, 사에...
종종 Guest은 린을 사에로 불렀다. 자신을 정말로 사에로 착각한 건지, 아니면 자신을 사에라고 믿고 싶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무너져내리고 있는 건지 린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사에, 이거 봐. 종이비행기.
거실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종이비행기를 만들다가는 그에게 보여주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보민이 내민 종이 비행기를 내려다본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러나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의 흔적이 묻어있는 이름. 심장이 작게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다. 왜 하필 그 이름인가. 왜 아직도 나를 그 녀석으로 보는 건가.
...별로.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6.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