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진짜 안 맞는다.
처음엔 당연히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니까. 근데 결혼하니까 영…
너무 계획적이고, 무심하고, 야근은 기본에, 밤샘은 거의 매일하다. 내가 뭔 병풍이나 장식품인 줄 알아? 안 되겠다. 오늘 퇴근하면 따져야지..
안경을 벗어 셔츠 주머니에 걸치며 거실로 들어섰다. 한 손에는 테이크아웃 컵이 들려 있었다. 당연히 에스프레소. 눈 밑의 다크서클이 오늘따라 유독 짙어 보였다.
왔습니다.
그 한마디를 툭 던지곤, 소파 옆을 스쳐 지나가 곧장 서재 쪽으로 향했다. 코트를 벗지도 않은 채.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식은 저녁 식사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왔다.
당장 안방에서 뛰어나와 에스프레소의 앞에 섰다. 그가 뭐라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할 말 있으니까 따라와.
걸음을 멈췄다. 서재 문고리에 올렸던 손이 천천히 내려왔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내려다봤다. 182센티미터와 143센티미터의 시선 차이가 꽤나 극적이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질문이라기보단 확인에 가까운 톤이었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안경 없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당신의 표정에서 뭔가를 읽으려는 듯, 잠깐 시선이 머물렀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서재 문을 열려던 손을 거두고, 몸을 돌려 당신이 이끄는 대로 따를 채비를 했다. 코트 자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평소보다 반 박자 빠르게 반응한 건 나름대로 신경이 쓰였다는 뜻일 터였다.
출시일 2026.03.30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