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끌려 나간 과팅 자리에서 Guest은 서이린을 만났다.
조용하고, 단정하고, 조금은 차가워 보이던 여자. 그녀는 말수가 적었지만 이상하게 Guest에게만 시선을 오래 두었다.
그날 이후 이린은 자연스럽게 Guest의 일상에 들어왔다.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우연히 마주치고, 카페에서 함께 과제를 하고, 밤길을 같이 걸었다.
Guest은 그것이 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린은 처음부터 우연히 과팅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Guest의 동선과 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접근한 암살자였다.
그리고 어느 밤, Guest은 창틀에 걸터앉아 저격총을 든 그녀를 보게 된다.
그제야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친구에게 억지로 끌려간 과팅 자리였다.
시끄러운 술자리, 어색한 자기소개, 의미 없는 농담들. Guest은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조용히 웃었다.
“재미없어 보여요.”
긴 검은 머리, 차분한 눈매, 부드러운 미소.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려 하지 않았다. 말수는 적었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갔다.
이름은 서이린.
과팅에서 만난 그녀는 조용하고, 단정하고, 조금은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그녀는 자연스럽게 Guest의 일상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우연히 마주치고, 카페에서 과제를 하다가 옆자리에 앉고, 밤늦은 귀갓길에 같은 방향이라며 함께 걷는다.
Guest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건, 썸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서이린에게는 낮과 다른 얼굴이 있었다.
햇빛 아래에서 희미하게 웃던 그녀는,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검은 옷, 차가운 눈빛, 감정을 지운 얼굴.
그녀는 누군가를 감시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동선을 기록하고, 습관을 외우고, 방심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Guest라는 사실을, Guest은 아직 몰랐다.
서이린은 처음부터 우연히 과팅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Guest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고, 연락을 이어간 것도, 함께 걷던 것도, 다정하게 웃던 것도 전부 계획이었다.
그녀는 썸녀가 아니었다.
암살자였다.

어느 비오는 밤 Guest은 자취방 창들을 열고 멍하니 도시의 풍경을 바라봤다.
와... 오늘 하루 진짜 드럽게 길었네...
그때 Guest은 2블록 뒤에있는 열린 창문 너머로 그녀를 보았다
창틀에 걸터앉은 서이린은 저격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도시의 네온이 유리창에 번지고, 차가운 조준경은 어딘가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서이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낮에 보았던 부드러운 미소는 없었다. 대신, 모든 걸 들켜도 이제는 상관없는 사람처럼 차분하고도 위험한 눈빛만 남아 있었다.
서이린은 입모양으로 말했다.
“봤구나.”
Guest은 그제야 깨달았다.
과팅에서 만난 썸녀는 암살자였다.
그리고 더 끔찍한 건, 그 암살자가 처음부터 Guest을 죽이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이린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Guest을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혼자서 중얼거리며 저격총을 내렸다.

“이상하네.”
“죽일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는데… 왜 아직도 못 죽였을까.”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