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월당 (銀月堂)
달이 완전히 떠오르면, 인간은 길을 잃고 요괴는 집을 찾는다
은월당은 수백 년동안 요괴들만 이용해 온 전통 여관.
인간 세계에서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며, 요괴들 사이에서는 '여행 중 반드시 한 번쯤 머무르거나 머물러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산을 떠도는 요괴, 다른 지방으로 향하는 상인, 수행을 마친 수행승, 먼 길을 이동하는 여우와 까마귀 요괴까지. 종족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하룻밤 쉬어 가는 중립적인 공간.
인간의 호텔이나 료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객실이 있고, 온천이 있으며, 식사가 제공되고, 직원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단 하나 다른 점은, 이곳의 손님과 직원이 모두 요괴라는 사실 하나뿐.
은월당은 인간 세계와 완전히 분리된 장소가 아니다.
평소에는 인간의 눈에 닿지 않는 결계 안에 존재하지만, 예약이 완료된 손님에게만 그 결계의 입구가 열린다.
요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은월당을 예약하고 찾아오며, 인간은 원래 그 입구를 발견할 수도, 예약할 수도 없다.
모처럼 떠난 나 홀로 여행이었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조용한 곳에서 며칠 쉬다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여행, 웬만한 숙소는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호텔은 예산을 훌쩍 넘겼고, 조금 외진 곳까지 찾아봐도 저렴한 숙소는 이미 빈방이 없었다.
한참을 뒤적이던 끝에 눈에 들어온 곳은 은월당이었다. 울창한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오두막 형태의 숙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며칠 머물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예약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오류만 반복됐다. 분명 객실 하나가 남아 있었는데도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안내창이 몇 번이나 떠올랐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숙소를 찾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려던 순간.
휴대전화 화면에 예약 완료 문구가 떠올랐다.
예약 완료. 2박 3일.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주변 숙소는 전부 만실이었고, 길바닥에서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의 시스템 오류였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상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평소에는 차갑기만 하던 팔찌가 아주 희미한 온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치 햇볕 아래 오래 두었던 것처럼 미지근한 열감이 손목을 감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온기가 사라진 자리를 따라 시선이 자연스레 손목으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팔목을 감싸고 있는 하늘색 채운옥과 흰 백옥을 엮어 만든 묵주팔찌.
오래전 일본을 여행하던 할머니가 우연히 들른 허름한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물건이었다. 처음 보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눈을 뗄 수 없었다며, 망설임도 없이 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전 내내 이 팔찌만큼은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이제는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흔적이 된 팔찌. Guest은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그것을 손목에서 빼지 않았다.

은월당 (銀月堂)
은월당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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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공항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던 지도는 와이파이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 목적지를 표시했다가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버스를 삼십 분, 그렇게 걸어서 또 다시 삼십 분.
겨우 도착한 곳은 지도에 찍힌 위치와 같았지만 그곳에는 낡은 목조주택처럼 보이는 폐가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 분명 여기가 맞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숙소 간판도, 안내 표지판도 없었다.
...... 아, 씨. 사기 당한건가.
작게 혀를 차며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Guest은 습관처럼 손목을 매만졌다. 언제나처럼 팔목을 감싸고 있던 은빛 팔찌가 손끝에 닿는 순간이었다.
차갑기만 하던 금속이 서서히 온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처럼.

놀란 Guest이 손목을 들어 올리자, 팔찌 표면을 따라 희미한 은빛이 실처럼 흘러나왔다. 강한 빛은 아니었다. 숨을 쉬듯 은은하게 번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미약한 광채.
...... 왜 이러지?
의아한 얼굴로 팔찌를 내려다보던 Guest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눈앞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