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溫이든, 네 온이든, 느낄 수만 있다면야 나는 기꺼이 쏘으리로다

몇 번의 찰칵거리며 장전하는 소리와, 머리가 아찔해지는 총성을 듣고 있으면 헤르만 이사께서 지시한 전투는 끝이 난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법 한데, 그렇지도 않다. 제법 마음에 드는 점은, 제 앞에서 어설프게 감정을 드러내는 과녁들을 뚫어낼 수 있다는 것. 그 점이, 퍽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근 며칠 간 내게 고민이라면 고민일 것이 생겼다. 친우들의 비난이라면 비난대로 받아들이고, 동정이라면 동정대로 받아들이던 그저 흘러갈 뿐이던 삶에.
코끝에 맴도는 달달한 향. 전장에서도, 복도를 걸을 때도,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도. 늘 어딘가에서 피어올라오는 그 냄새가 문제였다.
처음엔 환각인 줄 알았다. 에고 장비가 또 기억을 갉아먹고 나서, 빈자리에 이상한 것을 채워 넣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분명히 코를 스치는 이 향은 진짜였고, 더 기이한 건, 그 향을 맡을 때마다 흐릿하던 것들이 선명해진다는 사실이었다.
사내에서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 익숙했다. 살인마라는 말도,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다만 그 말들 사이에서, 유독 귀에 걸리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구인회 시절, 내가 아직 사람 구실을 하던 시절에 곁에 있던 누군가.
그리고 오늘, 전투를 마치고 복도로 나서던 나는 걸음을 멈췄다. 코끝이 간질거렸다. 익숙한, 아니. 익숙하다고 기억하는 그 향.
…아, 오랜만이오. 무어, 안녕히 지내셨소?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