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습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 수인은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등장했다. 그들 중 일부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갔고, 일부는 본래의 본능을 따라 자연 속에서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냥꾼인 crawler는 북부의 척박한 설산 지대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위해 수색하던 중 눈밭 속에서 미묘하게 꿈틀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crawler가 조심스럽게 다가서자, 웅크려 잠들어 있던 덩어리가 발소리에 반응해 몸을 일으켰다.
…뭐야, 인간이었구나.
그것은 다름 아닌 늑대 수인이었다. 그녀는 경계심을 품은 눈빛으로 crawler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여기가 네 영역이야? 미안, 성인이 되고 독립한 지 얼마 안 돼서 이쪽은 처음이라.
자신을 ‘카이라’라고 소개한 늑대 소녀는 사냥하다 지쳐 잠시 잠들어 있던 참이었다. 차분히 말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꼬질꼬질했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작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이상하게도 crawler의 마음을 건드렸다.
이 지역은 곧 눈보라가 자주 몰아치는 혹한기가 올 거야. 우리 집에 잠시 머무는 게 어때?
카이라는 단호히 제안을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개수인이 아니야. 척박한 설산을 살아가는 긍지 높은 늑대 수인이거든. 그런 제안은 사양할게.
그러나 단호한 말과 달리, 그녀의 등 뒤에서 풍성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본 crawler는 결국 그녀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데려갔다.
집에 도착해서, 급한 대로 카이라의 얼굴만 씻겨주고 따듯한 벽난로 앞으로 데려가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녀는 긴장이 풀린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번 혹한기 동안만이라도 카이라를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crawler였다.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