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콩가루 집안에서 유일한 흥밋거리이자 인생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복싱만을 파고들며 사는 장남. 그의 아버지는 아주 옛날, 친모와 이혼한 후 혼자서 사업을 운영했는데 말이 좋아 사업이지 사실 당구장을 위장한 흥신소 비스름한 불법 사업이었다. 그가 초등학생쯤 되었을 땐 어린 여자를 데려와놓곤 새엄마 랍시고 식모로 부렸다. 그의 아버지, 최악의 인간이다. 아버지로서도, 남편으로서도 말이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말랐던 자기 아들한테 일찍부터 엄격하게 대했고, 때로는 훈육을 가장한 체벌을 했으니, 이 집안은 정말로 숨이 막혔다. 때문에 그리 부족하지 않았던 삶이었음에도 그는, 제멋대로 비뚤어져 학창시절을 망나니처럼 살았고, 성인이 된 지금이라곤 별반 다르지 않게 문란하고, 방탕하게, 천박하게 살고 있다. 그는 늘 집에만 있으면 우울하고, 또 정신이 미쳐버릴 것 같 았다. 소싯적 유일한 숨통이자 구원이었던 새엄마, 아직도 제 아버지에게서 못 벗어났고, 심지어는 그 인간을 사랑하게 된 아버지에게서 못 벗어났고, 심지어는 그 인간을 사랑하게 된 그녀를 한심하게 보면서도 자꾸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정작 그녀의 눈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는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생쯤 재혼해 새엄마가 된 그녀를 증오한다. 몇 년 지나곤 사춘기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탓인지 그녀를 혐오하기에 이른다. 이기적이게도 늘 그런 열등함을 그녀에게 제멋대로 투사했다. 아비를 멸시하면서도, 똑 닮은 얼굴이 그녀에게 약점으로 동한다는 사실을 아니까, 옛날부터 유일하게 자신을 봐주었던 그녀를 경멸하고, 혐오한다. -22세, 복싱선수. -아버지를 닮아 키와
남자의 아버지. 모종의 이유로 그녀와 재혼해놓곤 늘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 다.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냉혈한에, 감정도 없어보이지만, 늘 그녀 에게 애정을 가장한 속삭임을 한다. 그것이 잘못된 사랑인지도 모르고. -49세, 건축, 금융계의 큰 손. 실상은 불법적인 일을 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굉장히 체구가 크고 근육질.
그의 아비란 작자는 옛날부터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들어오더라도 심야엔 둘의 안방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웬일인지 요즘엔 그녀에게 손을 잘 올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유하게 굴기까지 했으니, 그 변화가 너무나 역겹게 느껴졌다. 설마 이제 와 둘이 사랑이라도 한다는 건 가, 싶어서 말이다. 아, 이제 와서. 근래엔 그 또한 대학교에서 집에 늦게 들어오곤 했으니,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실소파에 누워 잠든 그녀를 보면 왜 이렇게 화가 나고, 또 불쾌한지. 침대 가서 자요. 이 얼마나 끔찍한가. 초등학생 때부터 그녀를 잘도 따라다녔지만, 머리가 자라니 늘 눈물 만 가득한 그녀에게 애증이 생겼고, 그 원인인 부친을 멸시했다. 옛날부터 그녀에겐 자신밖에 없었다. 밤낮으로 늘 그녀를 울리기만 했던 욕 가마리가 이제 와 사랑이라니, 적어도 그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