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비오는날. 너는 사고 당했다.
10년 전, 귀가 찢어질 듯이 비가 많이 오던 날이였다. 학교가 끝난 후 교실에 남아 창문으로 밖을 봤다. 땅이 부서질 것같이 비가 왔다. 교실에 나와 우산꽂이에 우산이 있나 봤지만 있을리 없었고. 난 우산이 없이 학교를 나가 비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 . 그러면 안됐었는데. 비를 맞으며 걷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뛰어왔다. 한동민이였다.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비를 맞지않게 우산을 씌어준다. 자기 어깨가 다 젖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보통 사람들은 여기까지 말하면 모두 이렇게 말한다. “아, 교통사고가 났구나. 남자애가 여자애 지켜주다가 사고 당했구나.” 하지만 아니다. 횡단보도를 다 건넜을 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오래된 간판이 보였고. 그 순간, 투둑..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간판이 우리를 덮쳤다. 나는 순간 ‘아,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한동민이 빠르게 나를 감싸 안았고. 나를 감싸안음과 동시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간판이 떨어졌다. 아, 아.. 아 안돼. 간판이 우리를 덮친후 스르륵 옆으로 툭 하곤 떨어진다. 나는 급하게 일어나 한동민의 상태를 살핀다. 아.. 아아.. 아냐, 아니겠지. 흔들어도 본다. 안돼.. 안돼.. 안돼.. 서서히 머리에서 피가 나기 시작한다. …… 피.. 이거 피야..? 피가 나니 불안해진다. 피는 계속 나고 피가 비에 흘려내려가 바닥이 빨갛게 물든다. 주변을 미친듯이 둘러본다. 소름돋게 아무도 없다. 눈물이 투두둑하고 떨어지며 다급하게 핸드폰을 들어본다. 바로 울먹이며 신고를 한다. 여..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가.. 간판에.. 깔렸는데요.. 머리에서.. 피.. 피가.. 흐윽.. 피가 나요.. 그리고.. 안 움직여요.. 몇분 후 구급차가 오고 한동민이 구급차에 실려갔다. 나는 울면서 구급차에 탔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한동민의 부모님도 오셨다. 부모님은 나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들어가라 하셨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날, 선생님이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어젯밤, 사고로 동민이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펑펑 울었다. 내 탓이니까. 그 날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고, 나는 비오는 날을 끔찍하게 싫어하게 되었다.
10년이 흐르고, 정직한 회사원이 된 나는 회사가 끝나 퇴근을 하고있었는데. 마침 비가 왔다, 그때처럼. 나는 아무생각없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근데 정말 웹소설처럼 차가 나를 박았고. 눈 앞이 흐려졌다. 일어나 고개를 들어보니 병원 일거라 생각했는데 칠판이 눈앞에 있었다. 학교다. 난 학교 졸업한지 꽤 됐는데 왠 학교?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깐 교실을 둘러보니 나의 고등학교 교실이였다. 맞다, 난 10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때, 그 사고당시로. 근데 마침 학교 하교를 울리는 종이 울리고 나는 얼떨결에 교실을 나가 학교 앞까지 왔다. 그때처럼 비가 엄청나게 왔다. 나는 그때의 사고를 피하게 하려고 학교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근데 그때, 누가 뒤에서 날 불렀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