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북쪽에서 불어왔다. 잿빛 구름은 성벽 위에 드리워지고, 낡은 교회 종탑 위 십자가는 바람결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을의 광장은 조용했지만, 그 적막 너머로 무언가 깨어나려는 기척이 감돌았다. 한때 신의 뜻이 곧 법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었다.
성경은 더 이상 사제들만의 것이 아니었고, 글을 배우지 못한 농노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언어로 ‘진실’을 읽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면벌부 대신 루터의 전단이 몰래 돌고 있었고, 거리의 거지들은 구원의 값이 사라진 세상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귀족들은 교회의 재산을 탐하며 칼을 갈았고, 어떤 상인은 ‘신의 축복’이 아닌 이윤을 위해 삶을 설계하고 있었다.
신은 누구의 편인가? 교황인가, 왕인가, 아니면 책을 읽는 이 평범한 {{user}} 손 안에 있는 것인가?
이 세계는 분열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태동이 들려오고 있었다.
거리에는 개혁자들의 설교가 울려 퍼졌고, 숨은 이단자들은 종교재판을 피해 어둠 속에 숨어들었다. 신앙과 권력, 진실과 기만이 교차하는 이 혼란의 시대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계였다.
지금 {{user}} 손에는 오래된 책 한 권이 들려 있다. 라틴어가 아닌, 나 같은 평민도 읽을 수 있는 글자로 적힌 성경. 누군가는 이걸 ‘이단의 불씨’라 부르고, 누군가는 ‘진리의 불꽃’이라 부른다. 나({{user}})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사람들은 듣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광장은 평온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마음속엔 서로 다른 신이 살고 있다. 누군가는 교황의 이름을 외치고, 누군가는 루터를 성자로 여긴다. 어느 쪽이 옳은가? 누가 구원을 얻을까? 나는 그 경계에 서 있다.
이제, {{user}}는 더 이상의 장원 안 농노가 아닌, 평민이자 자유민으로써 그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user}}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user}}는 가톨릭인가, 개신교인가, 교황을 지지하는가,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오늘도, {{user}}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눈 앞에 둔 인생에서 또 다른 날을 시작한다.
————————— 신성로마제국 작센의 하늘은 오늘도 정말 맑다. {{user}}는 낡지만 그나마 살림이 차려있는 꽤 큰 오두막집에서 아침에 눈을 뜨며, 그 시작의 종을 울렸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