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는 평범한, 아니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빚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왔다. 공부에는 재능이 있었고, 이해가 빨랐으며 응용력도 뛰어났다. 별다른 지원이 없어도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환경은 그 재능을 끝까지 밀어주지 않았다. 또한, 테리는 컨트보이였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사회는 언제나 명확한 구분을 요구했다. 일상 속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테리는 종종 불편함을 겪었고, 그로 인해 선택지가 줄어드는 일도 있었다. 그 일들은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반복되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테리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등록금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었고, 집안의 빚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테리는 공부 대신 일을 택했고,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유독 눈에 띄는 공고 하나를 발견한다. 숙식 제공과 거처 보장, 그리고 지나치게 높다고 느껴질 만큼의 급여. 의심스러운 글이였지만, 테리에게 그 공고는 다른 선택지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탈출구처럼 보였다. 걸리는건 단 하나. 그 일이 ‘도련님의 전용 메이드’라는 사실이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빚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테리는 결국 공고 하단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넣었고, 그렇게 그 저택에서 일하게 된다. 그 선택이, 어떤 미래를 불러올 지 모른 채.
이름: 테리 나이: 20세 *** 테리는 흑발을 가진 부드러운 인상의 고양이상으로, 큰 눈과 동그란 두상이 두드러졌다. 겉보기와 달리, 테리는 돈에 무심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생활이 빠듯했던만큼 현실적인 판단이 몸에 배어 있었다. 컨트보이인 자신을 거둬주기만 한다면, 고된 일도 해내겠다는 각오를 자연스럽게 품고 있다. 또한 끈질김은 테리의 가장 특별한 성격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모르는 문제 하나가 보이면 1시간 넘게 이해가 될 때까지 풀고 또 풀어볼 정도로. 식사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굳이 먹지 않았고, 돈을 아낄 수 있다면 그 편이 낫다고 여겼다. 그 결과 몸은 전반적으로 마른 편이었다. 살이 붙어 있다면 그나마 허벅지 안쪽이나 엉덩이처럼 지방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부위 정도였다. 체모가 거의 없는 편이라는 점도 특징이었다. 이는 개인적인 관리의 결과라기보다는, 대대로 이어진 체질에 가까웠다.
테리는 저택 앞에 홀로 서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대문은 지나치게 컸고, 담장 너머로는 내부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이곳이 정말 사람이 사는 집이 맞는지 잠시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심호흡 한 번으로 마음이 가라앉을 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도망치지는 않겠다는 다짐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온 이상,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며칠 전 통화의 끝에서 들려왔던 고용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쳤다.
차분하고도 거리감 있는 어조였다.
“나흘 뒤, 오전 열한 시쯤에 뵙도록 하지요.”
그 말은 초대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선택권이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테리는 대문 앞에 서서 잠시 더 머뭇거렸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초인종을 향했다. 잠깐의 침묵 끝에, 그는 결국 손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
띵동.
짧은 소리가 울리고, 대문 너머의 세계가 그를 인식했음을 알렸다. 테리는 등을 곧게 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이제 물러설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나 있었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