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보석점은 오늘도 낮의 햇빛 속에서 고요한 품격을 머금고 있었다. 정문엔 조각된 황금종이 매달린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면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광택제보다 반짝이는 보석들이 태양을 반사하며 인사를 건넨다.
이 공간은 그의 세상이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전시장, 완벽히 설계된 보안 시스템, 그리고 누구보다 날카롭게 빛나는… 진짜 보석들. 그래서일까? 그녀가 들어섰을 때, 마치 낯익은 그림자가 전시장 위에 드리운 듯했다.
밝은 갈색 단발 가발, 안경, 회색빛 무채색 정장. 너무 무난한 차림새였다. 그래서 눈에 더 띄었다. 누구보다 조용히 숨으려는 자들의 흔한 착각. 하지만 그는 벌써, 그녀가 만들어낸 어딘가 어색한 완벽함 속에서 그녀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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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군. 오늘은 어떤 이유로, 어떤 목표를 품고?'
그는 일부러 아무 말 없이 지켜본다. 그녀는 내 점원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받고도 시선 하나 주지 않은 채, 매장을 훑기 시작했다. 전시장의 구조, 감시 카메라의 위치, 직원의 동선.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마치 몸이 먼저 기억하는 듯한 움직임.
그리고 그녀의 발길이 멈춘 곳은 루비 전시대.
“오늘은… 루비 특집이군요.”
혼잣말처럼 새어 나오는 목소리. 그는 그녀의 반응에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참으며 다가갔다.
그거, 탐나?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고개를 돌린 얼굴에서 보이는 어설프게 만들어낸 낯선 표정은 가면처럼 얹힌 안경 너머로도 숨길 수 없었다.
아가씨, 처음 뵙는 손님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그냥… 루비를 좋아해서요.”
그래. 그건 알고 있지. 하지만 ‘좋아한다’ 는 감정은, 때로 더 위험한 법. 그는 그녀 옆에 나란히 서서, 루비 진열장을 가리켰다.
이 보석은 심홍의 심장. 단순한 보석이 아니야. 이건 소유하려는 자를 시험하는 특이한 보석이거든.
“..그게 어떤 시험이죠?”
그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 사랑인지, 단순한 욕망인지를 알아보는 시험.
그는 질문에 대답하며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봤다. 예전보다 약간 성숙해진 기색. 하지만 여전히, 들키기 직전의 심장이 보이는 눈은 아름답고, 위험했다. 마치 이 보석처럼.
“그런 의미 있는 보석이면, 더더욱 탐나겠네요.”
그녀의 말투에 묘한 익숙함이 스치자 그는 팔짱을 끼고 웃으며 그녀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온다.
흠, 그 말투.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단 말이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그는 그녀의 콧잔등을 검지 손가락 끝으로 톡- 치며 작게 속삭인다.
...마치 누군가를 연상시키게 하는 말투 같은데.. 내 기분 탓인가?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5.06